"정책기획위원들, 특위에 들어갈 것"… 민변 출신 등 다수 포진 '낭패'
  • ▲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마련에 민의(民意)는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은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와의 교감없이 여야 대표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해구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준비할 특별위원회(특위)를 정책기획위 산하에 마련하겠다면서 "우리는 대통령께 자문드리는 입장이라 정당은 (특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정당의 참여를 배제하는 명분으로는 "여당·야당은 국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특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지만,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야당 국회의원 등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력이 개입할 통로를 봉쇄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우리는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관계라, 국회와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국회와 교감이 없으면 발의한 개헌안의 국회 의결이 무망(無望)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국회) 통과 여부의 정치적 판단까지는 우리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의대표(代議代表)들이 모인 헌법상 최고의사결정기구다. 헌법의 체계로 봐도, 국회를 규정한 장(章)이 제3장으로 대통령과 정부(제4장), 법원(제5장) 등 여타 헌법기관보다 앞선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민의는 곧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국회의원들에 의해 대변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할 때에는 어떠한 발의 절차를 거치든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도록 가중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헌안을 마련하면서 대의대표기관인 국회와의 교감을 단절하고, 여야 정당의 참여 통로까지 봉쇄한 것은 대의민주주의도, 정당민주주의도 부정한 채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는 민의를 담아내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대의대표와 여야 정당의 참여가 배제된 가운데, 특위의 구성 또한 편향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정해구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 산하에 만들어지는 특위에 총강·기본권분과, 자치분권 분과, 정부형태 분과의 3개 분과를 두고, 별도로 국민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국민참여본부를 두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헌안을 기초하는 특위 산하 3개 분과에는 정책기획위원들이 대거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해구 위원장은 "정책기획위원 중에 헌법전문가가 있다"며 "산하에 특위가 만들어지면 일부 위원들은 정책기획위원들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들은 전원 임명직으로, 새로 출범한 정권의 성향에 맞는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정책기획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변호사 등 실무 전문가들의 경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부회장 출신 △민변 사무차장 출신 △법무검찰개혁위원 △국정원 개혁발전위원 등 경력만 봐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한 군데 모아놓기도 힘들 정도로 특정 성향 일색으로 이뤄져 있다.

    독수독과(毒樹毒果)라는 말그대로, 이미 위원의 인재풀 자체가 편향돼 있는데 거기서 만들어지는 개헌안이 편향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비관론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국민대표성을 보완한다는 국민참여본부 또한 편향성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해구 위원장은 국민참여본부의 구성과 관련해 "세대·지역·남녀 정도가 고려될 것 같고 정치적 성향까지는 잘 모르겠다"며 "숫자가 많지 않으니까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사실상 정치 성향의 균형은 맞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초부터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의대표의 참여가 배제된 마당에, 특정 성향 인사들로 구성될 것이 분명한 국민참여본부로 국민대표성을 보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날 정해구 위원장이 향후 특위에서 논의될 개헌안의 자세한 내용에 관한 언급은 삼갔지만, '국회 개헌특위자문위 개헌안 사태'처럼 편향성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해구 위원장은 논란을 일으켰던 개헌특위자문위의 개헌안에 대해 "개인적으로 자문위 안을 보면 굉장히 토론을 많이 했더라"며 "충분히 참작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기조발언에서 "개헌은 촛불민심의 요구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이미 문제될 발언을 했다. 다만 민주당 당론 개헌안처럼 이른바 '촛불시민혁명' 정신계승을 헌법 전문에 삽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논란을 의식한 듯 "논의해봐야 알겠다"며 "사전에는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고 피해갔다.

    개헌의 핵심인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다소 무신경한 모습이 엿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때, 권력구조는 제외할 수 있다고 시사한 점을 의식한 듯 했다.

    정해구 위원장은 "대통령이 4년 중임제 이야기를 했으니 우리가 참고를 하겠다"면서도 "정부형태와 관련해서는 논의를 해봐야 알지, (아직 지금은) 어떻다고 이야기를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본권, 자치분권, 정부형태까지 다 (개헌안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대통령의 뜻을) 예단해서 정부형태를 안하거나 그런 것은 없겠지만, 대통령이 (발의할 때) 정부형태를 뺄지 안 뺄지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 발의 개헌안의 마련과 관련해, 정해구 위원장은 △이달 13일 특위 공식출범 △19일 국민의견수렴을 위한 홈페이지 오픈 △3월 중순까지 대통령에게 자문안 보고의 3단계 일정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