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슬람' 타겟된 野 중진의원에 조화, 바람직하지만…
  • ▲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자유한국당 4선 중진 나경원 의원의 모친상이 29일 오전 발인을 마지막으로 정중히 엄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 나경원 의원을 위로했다. 대통령 명의의 조화는 장례 기간 내내 고인의 영정 오른편을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중진의원의 흉사에 조화를 보낸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자기 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중진의원의 부친상에 조화를 보내지 않아 말이 많았던 누군가의 처신과 비교된다. 게다가 당시에는 타계한 고인도 그 당의 전신(前身)이 되는 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반대당 중진의원 모친상에 조화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처신은 청량감을 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는 나경원 의원이 문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언급한 속칭 '문슬람'들에게 맹렬히 공격당하는 와중에 보내져 더욱 뜻깊다는 지적이다. 터무니없는 트집잡기로 야당 의원을 모멸하는 '문슬람'들의 작태에 찬물을 끼얹는 조화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적 행보는 이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밀양 화재참사 현장에서도 '문슬람'들은 극성을 부렸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7일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센터를 찾았을 때, 이들은 고성을 질러 현장의 엄숙한 추도 분위기를 깨뜨렸다.

    앞서 그 전날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7명의 고귀한 인명이 스러져간 참사현장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당적을 가졌던 현 정권 지지자들이 고성과 소란으로 참사현장을 모독했다.

    그래놓고 "민주당을 예전에 탈당한 뒤 아직 복당하지 않았다"며 면피하려 드는 것은, 마치 옛날에 탈번무사(脫藩武士)를 내세워 정적(政敵)을 욕보이거나 암살하려 들었던 중세 일본의 기만적 행태를 다시 보는 듯 하다.

    한국당 주요 정치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도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을 때, '항의'로 포장된 소동을 일으켜놓고 자기들은 스스로 '한 건 했다'고 시시덕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행동이 대통령을 위한 '충성'이라고 완전히 그릇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홍준표 대표가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때, 누군가가 끼어들어 고성을 질러대자, 현장에 있던 밀양 민방위대 소속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은 대번에 찌푸려졌다.

    상가의 엄숙한 추도 분위기를 깨는 '문슬람'들을 누가 좋아하겠나. 참사를 당한 11만 밀양시민의 심정은 이들의 만행을 바라보며 더욱 참담하다. '문슬람'들의 행태는 건전한 일반 시민들의 상식으로부터 유리돼 가고 있다.

    모친상을 당한 한국당 나경원 의원을 공격하는 관제청원(官製請願)의 서명자 수가 20만 명을 넘겼다고 한다. 청원에 대해 답변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관제청원·관제항의를 조직한 '문슬람'들을 답변에서 엄히 꾸짖고 나무라야 한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때처럼 "담담하게 생각하면 된다.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음식에 치는 '양념' 보듯이 해서는 조화를 보냈던 포용적 처신의 취지도 훼손된다. 이런 것은 대통령다운 처신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슬람'의 준동을 계속 방치하면, 합동분향소에서 소란을 일으켜 추도 분위기를 깨는 등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 유리된 이들의 행태가 반복되면서 민심은 계속해서 현 정권으로부터 떠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난 23일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직접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한 경남 동부, 특히 이번에 화재참사를 당한 밀양을 비롯한 지역 정서가 '문슬람'들 때문에 다시 빠르게 분위기 나빠지는 것도 순식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