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민주 찬반 의견 팽팽… 대북 제재 필요성엔 동감트럼프, 中 압박 카드로 '한반도 핵 보유' 선택 가능성
  • [워싱턴DC(미국)=강유화 기자]홍준표 대표의 방미가 한반도 전술핵 배치 문제를 미국 조야의 새로운 화두로 만들고 있다.

    방미 이틀째인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 방미대표단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조야 인사들을 만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전술핵 배치에 긍정적인 모습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양측 모두 북한 핵(核) 위협에 맞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선택해야 한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정부 핵심 조야 인사들이 중국을 압박할 수단의 하나로 홍 대표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공론의 장에 붙여질 공산이 커 보인다. 전술핵 배치가 지속해서 대북 제재를 위한 하나의 옵션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 ▲ 자유한국당 방미 대표단이 24일(현지시간)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제공
    ▲ 자유한국당 방미 대표단이 24일(현지시간)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제공

    ●美 공화당, 洪 '힘에는 힘' 논리 공감 

    홍 대표는 이날 공화당 소속 의원으로는 미국 정부 내 서열 3위에 해당하는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을 비롯해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을 면담했다. 

    이날 코리 가드너 소위원장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 모두 전술핵 배치와 관련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가드너 소위원장은 이날 홍 대표와의 만남에서 "중국이 북핵 제거를 위해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의 선택은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밖에 없다"며, 미국의 북핵 대응 선택지에 한반도 핵보유를 올려놓았다. 

    가드너 소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백악관 안보 보좌관에게 홍 대표가 설명한 전술핵 재배치에 관한 한국 여론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면담 자리에 동석한 한국당 의원은 "지난번 만남 때보다 전술핵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한국당은 방미 대표단을 꾸려 미국 조야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러 왔었다.당시 가드너 소위원장은 전술핵 재배치가 미국의 핵 확산 억제 정책과 상충한다는 의견을 내는 등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는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진일보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의 경우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으나, "공화당과 자유한국당은 보수정당으로서 안보에 관해 같은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평화는 힘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최근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한국당이 답답하게 느끼는 걸 이해한다"며, 한국당 주장에 상당 부분 공감을 나타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공화당 수뇌부는 전술핵 배치 필요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홍준표 대표가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 하는 모습. ⓒ 한국당 제공
    ▲ 홍준표 대표가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 하는 모습. ⓒ 한국당 제공

    ●전술핵 '아직'…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 '인정'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의 핵우산만으로 한반도 방어가 충분하다며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잰 샤코브스키 미 하원 민주당 원내수석부총무는 "개인적으로 전술핵 배치를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핵우산 약속은 분명하고 한국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도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홍 대표를 만나러 함께 나온 민주당 소속 브래드 셔먼 의원은 "미국 핵기술 굉장히 활성화 돼있다"며"핵무기가 어디에 배치됐느냐 보다는 미국의 핵 능력이나 동맹국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셔먼 의원은 다만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북한과의 모든 교역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가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데 공화당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 ▲ 워싱턴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하는 한국당 의원들 ⓒ 한국당 제공
    ▲ 워싱턴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하는 한국당 의원들 ⓒ 한국당 제공


    ●'전술핵 재배치' 트럼프 외교 선택지 될 가능성 남아 

    미국 조야는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여전히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으나, 한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단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 한국당이 확인한 내용이다.

    미국 여야 모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중국의 태도를 바꾸는 강력한 외교적 메시지가 된다는 사실만 입증된다면 미국은 전술핵 배치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미국과 한국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이 중국의 반응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섀넌 정무차관은 이와 관련 홍 대표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최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외교 외에도 군사적 압박 수단이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중국도 자국이 원하는 국가적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공론의 장에 붙일 공산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 강효상 대변인은 "미국에게는 (우리의 전술핵 배치 주장이) '한국이 저렇게 나오지 않느냐 중국 너네 제대로 경제제재 해라'라고 말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