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종인 만류 의사 묻는 취재진 질문엔 확답 거부
  •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종현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종현 기자

     

    민주당의 김종인 전 대표가 탈당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의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한 몫 했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대권주자 문 전 대표가 '국민성장'이란 새로운 정책아젠다로 김 전 대표의 시대정신 '경제민주화'를 밀어내려 했다는 게 야권 안팎의 전언이다. 문 전 대표는 당내 주류 세력인 '친문(親文)'의 좌장이기도 하다.

    김 전 대표는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탈당'을 공식화했다. 그는 '거취'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 날짜는 앞으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사유에 대해선 "당이라는 것은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그러나) 아무 할 일 없으면서 괜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의원직으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엔 "당에서 4·13 총선을 치르면서 국민에게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하고 도와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모든 당이 지금 개혁입법을 외치고 있지만, 개혁입법이 하나도 진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당내에서 경제민주화 실현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취재진이 김 전 대표에게 언급한 '경제민주화'는 현 시대정신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김 전 대표는 87년 현법 개정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인물이다.

    더욱이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는 작년 4·13 총선에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기반으로 한 공약을 통해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한 바다.

    다만 현재 민주당 분위기를 살펴보면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되래 새로운 시대정신을 선보이는 등 경제민주화를 멀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10월 출범한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국민성장'이다. 국민성장은 보수-진보 양 측 경제 논리를 융합한 아젠다다. 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과 경제민주화의 차이'에 대해 "국민성장은 경제민주화까지 포함해서 만든 담론"이라고 답한 바다.

    이에 김 전 대표는 격노했다.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 출범이 있던 날 김 전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전 대표가) 마치 경제민주화가 성장에 장애가 되는 것처럼 구분해서 성장을 내걸고, '경제민주화도 한다'는 말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경시하는 문 전 대표의 행보는 최근에도 감지됐다. 지난 1일 문 전 대표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민주화는 실체가 없고 포퓰리즘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황을 비춰볼 때, 문 전 대표와 당내 주류 세력이 김 전 대표를 탈당으로 몰았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한편 김 전 대표 탈당 소식에 문 후보는 "사실이라면 대단히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경제현안 점검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김 전 대표는 우리 당이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김 전 대표가) 탈당 후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경제민주화 정신은 지키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를 직접 만나 만류할 의사'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선 "여러 사람이 노력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