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차관 “한미는 핵심동맹”, 아베 日총리 “회담, 매우 잘 진행” 각각 평가
  • ▲ 한국 정부는 지난 16일 트럼프 당선자와의 접촉을 위해 고위대표단을 미국으로 보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0일 인천공항에서 언론들과 만나 "성과가 좋았다"는 요지로 설명했다. ⓒMBC 고위대표단 방미관련 보도화면 캡쳐
    ▲ 한국 정부는 지난 16일 트럼프 당선자와의 접촉을 위해 고위대표단을 미국으로 보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0일 인천공항에서 언론들과 만나 "성과가 좋았다"는 요지로 설명했다. ⓒMBC 고위대표단 방미관련 보도화면 캡쳐


    도널드 트럼프 美45대 대통령 당선자와의 ‘인맥 쌓기’ 경쟁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정부가 평가하는 ‘트럼프 측과의 대화’가 과연 말 그대로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16일부터 미국을 방문, 트럼프 당선자 측근들과 만나고 온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20일 인천공장에서 마주친 언론들에게 “대화가 잘 됐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자의 성향이 개인적 친분을 갖고 직접 대화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 정상 간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美정부의) 차기 행정부 인선이 구체화 되는대로 미국 측과 후속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김남중 통일부 정책실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김용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과 함께 미국을 찾았다.

    미국에서는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마이클 플린 前국방정보국(DIA) 국장, 에드윈 퓰너 인수위 선임고문, 왈리드 파레스 인수위 국가안보자문위원, 존 볼턴 前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과 만나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유세 중에 말했던 ‘주한미군 주둔 부담금 증액’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번 방미가 매우 유익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해) 우리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양국 간 신뢰에 입각한 정책 이야기를 했다”면서 “트럼프 측이 한미 동맹을 중요한 동맹(Vital Alliance)이라 불렀다”고 자랑했다.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이야기보단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한미간 신뢰에 입각한 정책 이야기를 했다"고 말해 관련 논의가 주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아직 검토 중인데 저희가 일찍 찾아가 인수위 측에 한국의 입장과 정책 방향을 미리 이야기한 것이 유익했다”고 말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빨리 협의 기회를 만들고 앞으로 후속 협의채널을 가동해 나가는 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 일본은 아베 총리가 직접 트럼프 당선자와 만나 회담을 가졌다. ⓒMBC 아베 방미관련 보도화면 캡쳐
    ▲ 일본은 아베 총리가 직접 트럼프 당선자와 만나 회담을 가졌다. ⓒMBC 아베 방미관련 보도화면 캡쳐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적 불안 때문에 ‘고위 방문단’을 미국으로 보낼 때 일본 정부는 아예 총리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갔다. 지난 17일(현지시간) 美뉴욕 트럼프 호텔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만난 아베 신조 日총리는 면담을 마친 뒤 “트럼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타입”이라며 “선거 때 이미지와는 다른 사람이더라”는 말을 했다고 日언론들이 전했다.

    지난 19일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아베 日총리가 트럼프 당선자와의 회담에 대해 측근들에게 했던 이야기라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日총리는 “그와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양국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日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아베 日총리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미일동맹의 중요함, 자유무역체제의 중요성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의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이때 트럼프 당선자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면담 이후 아베 日총리는 측근들에게 트럼프 당선자가 장녀 이반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쉬너를 소개해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때보다 더 편하게 대해줬다면서, “트럼프 당선자가 일본에 대해 많이 공부했더라”며 “안보, 경제 측면에서도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日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日총리와 트럼프 당선자 간의 이번 회담에 이어 2017년 2월 美日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日언론들은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들만 보면, 한국이나 일본 정부 모두 트럼프 당선자 또는 그의 측근들과의 만남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해왔던 주장과 그의 인생역정을 상기해보면 안심하기는 일러 보인다.

    한국 정부의 경우 트럼프 당선자와는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인수위의 국가안보 담당자와 그의 측근들과 만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북한 핵문제 해결 등에 대해 설명하고, 사실상 한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일본 정부 또한 별 차이가 없다. 아베 日총리가 직접 트럼프 당선자를 만났다고 하나, 그의 이야기 또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일 뿐 ‘미국의 요구사항이 무엇이냐’고 묻는 ‘경청’은 아니었다. 즉 두 나라 모두 트럼프 당선자가 계획한 ‘판’에 발을 들여놓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또 다른 실수도 저질렀다.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 대해 예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를 트럼프 당선자가 봤다면 "일본 정부는 내가 퇴임할 때가 되면 저런 식의 태도를 취할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게 뻔하다.

    아무튼 트럼프 당선자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동맹’과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열심히 설명한 것이 ‘거래의 시작’으로 여길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2017년 1월 공식 취임한 뒤 한국과 일본 정부를 초청해 “당신들 이야기는 잘 알아들었다. 모두 이해한다. 그렇다면 우리 미국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 한일 양국 정부는 뭐라고 답할까.

    이는 ‘실제 국익’보다는 ‘국내 정치적 명분’과 ‘정치인의 체면’에만 집착하던 한국과 일본 정부의 첫 번째 실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