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사립대병원 교수 임상시험 결과 조작해 '징역형'
    부인이 대표로 있는 의료기기업체 진료재료로 수술
    교수측 '항소'…대학교 "확정 판결때까지 징계유보"


    국내 유명 사립대 대학병원 교수가 임상시험 결과를 조작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3단독 김한성 판사는 업무방해 및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된 A대학교병원 B교수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임상시험한 환자의 수술경과 X-ray 영상 촬영일자를 임의로 변경해 병원 심사위원회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해당 진료재료가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조허가를 받은 점 등을 감안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B교수는 2006년 7월 고관절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인공관절뼈의 유효성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했다. 이 수술용 인공고관절은 B교수 부인이 대표로 있는 의료기기 제조업체에서 만든 진료재료다.

    그는 환자들의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던 중 한 환자의 9월 7일, 9월 13일, 10월 9일, 10월 16일 X-ray 영상을 판독한 결과 9월 13일자 영상에서 비구컵(진료재료)이 9월 7일자 영상과는 달리 아래쪽으로 회전된 사실을 발견했다.

    또 10월 9일자 영상에서 아예 인공대퇴골두 '일부'가 비구컵 밖으로 빠져나온 것과 10월 16일자 영상에서 인공대퇴골두 '전부'가 비구컵 밖으로 빠져나온 것을 확인했다.

    탈구 또는 비구컵 회전이 의심된다는 뜻으로 이상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B교수는 같은해 11월 15일 병원내 임상시험 심사위원회에 '수술 직후와 3주 후, 6주 후 X-ray 영상을 관찰한 결과 탈구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고 비구컵 고정위치도 정상이다'는 취지의 임상시험 결과신청서를 제출했다.

    하루 뒤 그는 10월 16일자 영상에 나타난 이상징후를 감추기 위해 9월 13일자 영상을 '10월 23일자'로, 10월 9일자 영상을 '11월 1일자'로 촬영일자를 변경했다.

    임상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이다.

    이어 병원측이 임상시험 증거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자 B교수는 방사선 전문의에게 날짜가 변경된 영상을 보여준 뒤 작성한 '이상없다'는 판독지를 첨부해 이듬해 4월 병원에 냈다.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린 병원 관계자들과 갈등을 겪던 B교수는 전 병원장 등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사건 재판과정에서 B교수는 2011년 8월 증인으로 출석해 "피시험자의 X-ray 영상 촬영일자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까지 더해져 '업무방해 및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B교수 소송 대리인은 "설사 피고인이 허위 소명자료를 제출했더라도 심사위원회가 허위내용을 발견해 수리하지 않았으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업무방해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면 죄는 성립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B교수는 유죄 선고 직후 항소했다.
    A대학교는 확정판결 때까지 징계를 유보하기로 했다.

    대학교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 '형사 기소된 교원은 직위해제할 수 있다'고 돼있지만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며 "최종심 판단까지 지켜본 뒤 징계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