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황동혁 감독 인터뷰, "이 사람이 '도가니'를 연출했다고?"

원래 영화 못 찍는다는 소리보다
안 웃긴다는 소리가 더 듣기 싫다. (웃음)

   - 황동혁 감독

한국 영화계에서 황동혁 감독만큼
큰 폭의 변화를 보여준 감독이 있을까.

전작 <도가니>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치고 고발했다면
이번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폭소 폭탄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원래 영화 못 찍는다는 소리보다
안 웃긴다는 소리가 더 듣기 싫다는 황 감독의 말처럼
그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나가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는 황동혁 감독.

그가 만들 수 있는
변화의 끝이 어디일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를 마무리한 소감은?

재밌었다. 도가니는 사람들이 반응을 잘 보여주지 않았었다.
나중에야 트위터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바로바로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코미디 영화가 이런 재미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전작(도가니)과 분위기에 있어서 차이가 큰 작품인데?

원래 나를 아는 지인들은
왜 저런 무거운 영화를 연출할까 의아해 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농담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는 말의 반 이상이 농담일 정도다. (웃음)
친구들과 어울려 술 먹고 떠드는 것도 좋아한다.
코미디란 장르를 개인적으로는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도가니>를 하면서 너무 지쳤었다.
찍고 나서도 반응이 너무 컸다.
영화상 보다는 인권상을 더 많이 받을 정도였으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부담감이 컸다.
잠을 깊이 못 잘 정도였다.
원래 잘 자는 사람이었는데. (웃음)

스타 캐스팅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부담이 되지 않았나?

지금 나오시는 분들이 그 분야에서는 다 스타시다.
이 영화가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스타여야 이목을 끌 수 있는 것인데
사실 여자배우가 원 톱인 영화에
어떤 배우를 섭외한다하더라도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흔히 말하는 남자 톱스타를 섭외하지 않는 다음에야
결국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조연들의 연기가 돋보였는데?

어린 배우(심은경)가
잘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분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중요했다.   

 
연출 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은경이가 맡은 역이 사실은 황당한 것이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한 적도 없는 것 같다.
기획도 잘 안 됐던 것 같고.
한국 관객들이 리얼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영화계의 선입견이 있기도 하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 설정을 어떻게 믿게 만들까, 였다.
그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초반에 사진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약국, 홍대 앞 거리까지 가는 장면,
그리고 다시 사진관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장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 시퀀스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지 못하면
이 영화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속도감도 높여가면서 몰입감을 높이려고 했다.

초고를 제작사에서 받았을 때
이야기를 어떻게 끝을 낼지 가장 궁금했다.
보고나서 약간 수정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마음에 들었다.
결국에는 주인공이 돌아가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왜 돌아가야 하는지가 나에게 중요했다.
그런면에서 이 시나리오의 엔딩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늘 아쉽다.
처음 촬영을 마친 후 편집을 해보니
2시간 40분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초반 촬영 분을 편집 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에 큰 지장이 없으면 삭제를 했다.
그러다 보니 약간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유머 넘치는 장면들은 다 의도한 것인지?

애드리브도 좀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의도한 것이다.
원래 영화를 못 만든다는 말보다
안 웃긴다는 말을 더 싫어한다. (웃음)
사실 선배 연기자들의 연기력도 한 몫 한 것 같다.

좋아하는 감독이 있다면?

한국 감독님 중에서는 박찬욱 감독님을 좋아한다.
언젠가 경력이 쌓이면 그런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
연출 스타일부터 미장센까지 그런 느낌이 좋다.
미술이나 미장센, 카메라 워크에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
외국 감독님 중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좋아한다.
초창기 작품부터 보면 천재성이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해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더 문> 같은 작품도 해 보고 싶다.
배우 한 명과 세트 하나로도 할 수 있지 않았나.
그런 것을 해보고 싶다.

연출을 할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은?

제일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다.
(시나리오를) 내가 쓰든 남이 주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나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작품을 잘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코미디가 되든 도가니 같은 사회고발의 영화가 되든 간에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두 시간 동안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극장에 가서 혼자 보곤 한다.
주변을 살펴본다. (웃음)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몰입하는지 살펴본다.  

황동혁 감독만의 색깔이 있다면?

잘 모르겠다.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하는 거라는 말도 들어봤고.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색깔은 그래도 대 여섯 작품은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무슨 색깔을 내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일을 시작한 것 자체가 재밌는 것을 찾아서 한 것이다.
새로운 것을 계속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도가니>를 끝내고 사회 고발적인 영화들이 미친 듯이 들어왔다. (웃음)
이런 이야기(<도가니>같은 작품)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다음 영화가 나오기 전에
이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까, 호기심을 일으키는
감독이 되고 싶다.

이 영화 만들 때 목표는 300만 정도였다.
여자 원 톱 영화가 없는 영화계 상황에서
심은경이란 배우를 주연배우로 성장시키는 영화를 했고
300만이면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대들이 높아져서 부담스럽다. (웃음)

하고 싶은말이 있다면?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우리 영화는 연인과 함께 보시고 돌아가셔서
꼭 부모님과 다시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 사진= 이종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