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교원 인식 설문조사스승의 날 하면 떠오르는 것, ‘부담’...‘제자’는 2위 명예퇴직 가장 큰 이유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교권추락 현실 보여줘
  • ▲ "선생님, 사랑합니다" 1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 적십자(RCY) 자원봉사 페스티벌’에서 RCY단원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에게 감사의 꽃을 전달한 뒤 포옹하고 있다.ⓒ
    ▲ "선생님, 사랑합니다" 1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 적십자(RCY) 자원봉사 페스티벌’에서 RCY단원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에게 감사의 꽃을 전달한 뒤 포옹하고 있다.ⓒ

    교사들이 ‘스승의 날’ 제자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존경합니다”였으며 제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넌 잘할 수 있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승의 날 하면 떠 오르는 것은 ‘제자’와 ‘부담’인 것으로 나타나 교사들에게 스승의 날이 반가운 날만은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줬다.

    한국교원단체총엽합회(회장 안양옥)가 제31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9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교원 3천2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승의 날 기념 교원인식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신뢰도 95%, 신뢰수준±1.7%).

    먼저 ‘스승의 날’ 교사들이 제자에게 가장 듣고 싶어한 말은 ‘선생님 존경합니다’가 28.2%를 기록, 가장 높았다. 이어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26.8%),’, ‘선생님이 계셔 행복해요(26.8%)’, ‘선생님 사랑해요(12.3%)’ 순이었다.

    반대로 교원들이 ‘스승의 날’ 제자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넌 잘할 수 있어!’가 44.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사랑한다(26.0%), ‘널 믿는다(21.2%)’, ‘넌 최고야(4.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스승의 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묻는 질문에 교원들은 33.7%가 ‘부담’이라고 답해 학교현장을 바라보는 여론의 부정적 시선에 교사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자’라고 응답한 비율은 32.5%였으며 ‘보람과 긍지(19.7%)’, ‘카네이션(7.8%)’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스승의 날’ 이면 사회적으로 ’촌지‘ 등 교직사회의 부정적 단면만 부각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교원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교직사회의 자정노력과 더불어 일부의 부정적 사례를 전체 교사들의 모습인양 호도하는 왜곡된 모습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심을 모은 교원 사기 및 만족도 조사결과는 교육현장의 우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교사들은 “본인이나 동료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만족도 및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라는 질문에 81%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의 조사에서 2009년 ‘떨어졌다’는 응답은 55.3%였으나 2010년도에는 63.4%, 지난해는 79.5%를 기록하며 해가 갈수록 교사들의 사기와 만족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만족도 및 사기가 올라갔다는 응답은 5.7%에 불과했다.

    교직생활 중 스트레스를 받거나 만족도가 낮아지는 가장 주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꼽은 교사가 29.8%로 가장 많았다.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22.6%)’,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21.1%)’, ‘학생의 교과지도 및 잡무의 어려움(14.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교직에 대한 사기 및 만족도 저하와 더불어 자녀가 선생님이 되는 것을 찬성한다는 응답률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자녀 교직선택 찬성률'을 보면 2007년의 경우 ‘아들의 교직 선택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53.8%, ‘딸의 교직 선택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76.9%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찬성율이 28.8%로 크게 줄어들었고 올해는 23.9%로 더 떨어졌다.

    ‘최근 급증하는 교사 명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94.9%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꼽았다. ‘건강(0.9%)’, ‘개인채무, 연금법 등 재정적 이유(3.4%)’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교육환경 변화의 어려움’을 택한 교사 중 70.7%는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인한 학생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추락 현상’이 명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답했다.

    한편 ‘교직생활에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수업 및 교직생활에 대해 스스로 만족할 때’라는 응답이 27.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졸업한 제자들이 자주 연락하고 찾아올 때(22.2%)’, ‘속썩이던 제자가 바른 길로 돌아올 때(21.6%)’가 2, 3위를 차지했다.

    교사들 스스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교사들은 ‘현재 학교교육에 있어 교원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사회와 학생들의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35.8%)’을 가장 높게 꼽았다. 32.0%는 ‘인성교육 등 학생생활지도 능력 부족’이라고 답했고, ‘교원의 직업관과 윤리의식 부족’을 꼽은 응답도 17.9%에 달했다.

    교사의 직업병 경험 유무를 묻는 질문에는 60.1%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교사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병 유형으로는 ▲목소리 이상(성대결절)이 53.0%로 가장 높았으며,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탈모(18.5%) ▲오래서서 수업을 진행하다 생기는 하지정맥류(15.4%) ▲분필 및 먼지에 의한 피부질환(2.1%) 순으로 집계됐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투표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꼭 할 것이다’ 88.4%, ‘할 생각이 약간 있다’ 7.9%로 나타나는 등 투표참여 의사가 매우 높았다.

    ‘대선 투표시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교육정책 등 공약(49.6%)’, ‘인물(44.1%)’, ‘정당(4.5%)’순으로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안양옥 교총 회장은 “이번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은 제자에게 ‘넌 잘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고, 제자는 선생님에게 ‘존경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최근의 교실붕괴, 교권추락 현상이 다시 확인된 만큼,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안 회장은 “우리 사회와 언론도 교직사회 극히 일부의 잘못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전체를 매도하는 모습이 사라지길 기대한다”며 ”인의예지를 갖춘 예절바른 학생 양성을 위해 50만 교육자가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