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이념투쟁 일변도 탈피"..`실리 모색' 분석도
  • (서울=연합뉴스)  서울지하철노조가 27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제3노총을 설립키로 한 것은 이념투쟁에 치우친 상급단체의 활동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로서 더 이상 상급 조직의 `정치 일변도 노선'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사측과의 대립으로 파업과 조합원 해고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끊고 노사 상생을 통해 조합원의 권익을 개선하는 등 실리를 모색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 귀족 노조운동" = 지하철노조는 이날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현실 노동운동이 상층 지도부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치·이념 투쟁과 귀족노조 운동에 매몰돼 노동자와 국민의 꿈과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개별 사업장 노조가 정치에 종속되거나 일부 연맹간부들에 의해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 표명한 것이다.

    지하철노조는 심지어 현 노동계를 "회복 불가능한 만성 성인병에 걸린 환자"에 비유하면서 "성인병은 이념의 선을 넘어선 고혈압, 조언이나 주변의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면역체계가 무너진 당뇨병, 간부들의 비리와 폭력이 비대한 비만, 조합원을 벗어나 자신의 현 위치를 모르는 치매증세"라고 맹비난했다.

    노조는 "지금의 노동운동은 글로벌 시대에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시장 경제를 부정하고 갈등과 대립, 투쟁을 조장하는 시대착오적 종북주의, 사회주의 운동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노사관계 악화에 따른 잇단 파업과 그로 인한 해고자 발생, 해고자에 대한 인건비 지출(최근 10년간 159억원) 등 내부 문제에 피로감을 느낀 조합원들이 돌파구를 찾으려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하철노조는 2004년 궤도연대 파업을 끝으로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파업,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파업 등 민주노총의 핵심 정치투쟁에는 동참하지 않아 이번 민노총 탈퇴가 개별노조와 조합원들의 실리를 추구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노조는 지난해 1월부터 민주노총에 분담금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결별을 예고했다.

    ◇"국가발전 견인하는 노동운동 할 것" = 지하철노조는 "간부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탈피해 수요자 중심, 노동자 중심, 국민 중심으로 활동하겠다"면서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선진노동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 방법으로는 이념 투쟁을 지양하고 노사간 상생 협력을 정착시키는 한편 조합원·현장 중심의 생활 노동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을 조직해 노사정 협약 체결, 고용 증대, 청년실업 타파,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빈곤 퇴치 등 사회적인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지하철노조는 6월 중 국민노총을 설립하면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한 7월부터 여타 노조들이 대거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2~3년 안에 노동계의 균형이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하철노조 이상열 교육선전실장은 "이번 투표 결과는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방식이 이제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을 탈퇴한다고 해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국민노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