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에 중상 해병 어머니, 간절한 모정의 글 “누구 하나 부상자에 대해 말 없는 세상 원망스러워”
  • ▲ 최주호 병장이 전역하는 길에 대전 현충원을 찾아 전사한 동료들의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해병대 사랑모임’ 캡처
    ▲ 최주호 병장이 전역하는 길에 대전 현충원을 찾아 전사한 동료들의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해병대 사랑모임’ 캡처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 중상을 입고 전역한 해병대 최주호 병장 어머니의 애절한 사연이 인터넷에서 작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 병장 어머니는 해병가족 카페 ‘해병대 사랑모임’에 올린 글에서 “아들 주호는 신체 1등급의 건강한 몸으로 입대를 해서 신체 장애등급 5등급을 판정 받고 전역했다”고 애절한 모정을 드러냈다.
    어머니는 이어 전역하고 부산 집으로 가는 길에 대전 현충원을 찾은 아들의 간절한 전우애도 소개했다. 어머니는 “현충원의 고 문광욱 일병 비석엔 모자가 없어 내도록 마음이 무거워 주호에게 이야기 했더니 주호가 병원에 있을 때 부대에서 보내준 보급품을 가져와  문 일병 비석에 씌워 주더군요.”라며 “주호는 연신 묘 주위를 돌며 쪼그려 앉았다 섰다가 어쩔 줄을 몰라하며 눈가를 붉힌 채 한숨만 들이쉬었다”고 묘사했다.

    어머니는 또 “연평도 주민돕기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누구 하나 부상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연평도 성금 모은 걸 어디에 쓸까 고심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누구 하나 부상자들에 대한 위로금은 언급도 안하니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챙겨주지 않나봅니다”라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중상을 입은 해병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나라를 지킨 이들을 외면하거나 잊는다면 누가 조국을 위해 총을 들겠나”라고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최 병장 어머니의 글이다.

    우리 주호가 1월 22일 토요일 퇴원했습니다.
    포격 당시 제일 많이 다쳤고 생명이 위태로운 중상이었지만 다행히 뼈를 다치지 않아 재활 치료가 필요 없기에 퇴원을 결정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퇴원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지 않느냐고 걱정들을 하지만 우선 주호한데 이뤄지는 아무런 치료가 없고 병원에서 이것저것 눈치도 보며
    생활 자체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에 병 나으려고 하다가 더 큰 병을 얻을까 싶어 급히 퇴원했습니다.
    병원을 나서는데 왜 그리 초라하고 허전하던지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핑~돌더군요.
    내 마음이 이런데 주호 마음은 오죽할까.
    부대에서 전역했으면 전역복 멋지게 다려 입고 후임들 환영 받으며 퇴원했을 텐데 전역증도 제대로 발급 못 받고 무엇에 쫒기 듯 떠밀리 듯 부랴부랴 나오고 보니 허탈하기 그지없더군요.
    나라를 지키러 갔다가 얻은 대가가 이런 건가.
    병원을 나서며 주호한데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더니'부대에 있었으면 후임들이 헹가래도 해 주며 환영식도 해 줬을 텐데 너무 허전하고 착잡하다'라고 하더군요.
    부산 내려오면서 대전 현충원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지난 49제때 갔더니 문광욱 일병 비석엔 모자가 없어 내도록 마음이 무거워 주호에게 이야기 했더니 주호가 병원에 있을 때 부대에서 보내준 보급품을 가져와 문 일병 비석에 씌워 주더군요.
    둘이 나란히 모자를 쓰고 있으니 제 마음은 한결 가벼웠지만 주호는 연신 묘 주위를 뱅뱅 돌며 ‘어휴~~어휴~~’하며 쪼그려 앉았다 섰다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눈가를 붉힌 채 한숨만 들이 쉽니다.
    한 줌의 재가 되어 차디찬 땅 속에 묻힌 전우를 보니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나 봅니다.
    퇴원하고 3일째 맞는 일상. 없어진 나의 일자리는 그렇다 치고 신체 1등급의 건강한 몸으로 입대를 해서 신체 장애등급 5등급을 판정 받고 전역한 우리 주호. 콩팥 떼어 내고,, 여러 장기 잘라 내어 꿰매고 몸 속 깊은 곳에 남은 파편들.
    이런 대수술이 겨우 신체장애 5등급 밖에 안 되는지.... 잘라낸 신장은 팔, 다리만 못한지.
    눈에 보이는 외상만 외상인지 솔직히 우울증이 도집니다.
    다 죽어 가다가 살았는데, 큰 수술과 몸에 파편으로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데 그에 따른 보상은 언급도 없으니 서운하기 짝이 없습니다.
    연평도 주민돕기엔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누구 하나 부상자에 대한 언급은 없고 연평도 성금 모은 걸 어디에 쓸까 고심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누구 하나 부상자들에 대한 위로금은 언급도 안하니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챙겨주지 않나봅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보상 받을 수 없다. 목소리를 높이고, 때려 부수고 떼를 써야 한 푼이라도 받는다”란 말들을 전 무시했습니다. ‘설마 그러려고....’ 했습니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모두 찾아와 ‘걱정마라. 최고의 예우로 신경 써주겠다’기에 순진하게도 그 말에 감동하며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해 주는 줄로 알고 있었더니 그건 그냥 인사치레였습니다.
    며칠 전 국방일보 보니깐 천안함 부상자들에겐 2차로 위로금 500만원 씩 준다던데 앞으로 모금이 이루어지면 더 준다던데 연평도 부상자들이 천안함 부상자들보다 더 큰 중상을 입었음에 불구하고 어찌 연평도 부상자들에겐 이리도 무심한지 너무도 서운합니다.
    역시 대한민국에선 목소리 큰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인가 봅니다.
    현실이 이런 것도 모르고 해병대 지원율이 높다니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과연 이런 실태를 알고도 해병대 지원율이 높을지...
    해병대를 욕하자 함이 아닙니다. 해병대에선 최선을 다해줬습니다.
    해병대에서 보여준 관심과 사랑 솔직히 눈물겨웠습니다
    그러나 힘없는 해병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느끼고 가슴이 아프고 안스러웠습니다.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해병대 자립과 해병대에 대한 지원금도  타군과 똑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빠진 글이 있습니다.
    해병대 사령부에서 힘을 써 해군과 해병대에서 모금한 위로금을 이번 토요일 전달해 준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금액이 부상자 한 명당 200~300만원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이것도 해병대 사령부에서 힘을 써서 얻어진 것입니다.
    제가 서운한 건 왜 이런 것을 해병대와 해군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이뤄지는지. 정부에서 해줘야 하는 게 아닌지 그 서운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