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테러 부대 기본전술과 장비는 대동소이대테러 부대의 무기와 장비, 상황에 따라 바꾸면 돼
  • 지난 24일 정치권은 ‘軍이 아덴만의 여명작전 내용을 너무 상세히 공개해 군사기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역으로 정치권이 군사문제에 그동안 관심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정치권이 말하는 군사기밀 유출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위원장 원유철 한나라당 의원)은 김관진 국방장관을 불러 공개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간담회를 취재한 기자들에 따르면 형식은 간담회였지만 내용은 청문회 수준이었다.

    간담회 시작은 군의 노고를 치하하는 분위기였지만 곧 “군이 작전 성공에 취해 지나치게 많은 걸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로 이어졌다. 국방위 의원들은 군이 UDT 요원들의 장비, 해적들로부터 노획한 장비 사진, 작전 당시의 동영상, 작전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을 내보낸 것이 나중에 해적들에게 모두 공개되어 향후 또 다시 우리나라 배가 해적에게 피랍될 경우에는 제대로 작전을 펼칠 수 없는 게 아니냐며 우려했다.

    특히 군 출신인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의 질타는 매서웠다. 이 의원은 간담회 도중 국방부의 작전 보고를 중단시키고 “지금 나눠준 자료를 보면 작전 준비한 것부터 전부 보완요소들인데 이것을 다 자세히 적어놨다”며 “앞으로 이런 작전이 없다고 판단하는가, 나중에 해적들이 이런 것들을 훈련하고 준비해 오면 우리의 이런 작전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는가”라고 김관진 국방장관을 다그쳤다.

    보고가 끝난 이후 김옥이 한나라당 의원도 “(이번 작전은) 아주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나도 과도한 작전 상황의 노출이 우려스럽다”며 “앞으로 (해적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스럽다. 유념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 ▲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UDT대원의 기본화기 MP5의 제원.ⓒ
    ▲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UDT대원의 기본화기 MP5의 제원.ⓒ

    국방위 의원들의 지적이 보도되자 ‘평범한 어부가 해적이 됐는데 불쌍하다’며 ‘해적 인권’을 걱정하던 사람들도 덩달아 군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어떤 블로거는 ‘해군 UDT 요원이 사용하는 MP5 기관단총의 제원까지 공개됐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게 있다. 다른 나라의 대테러 부대와 인질구출작전 사례들이다.

    세계 대테러 부대, 작전의 공통점

    각 나라마다 자신들이 자랑하는 특수부대, 대테러 부대가 있다. 미국은 델타포스(육군)와 SEAL 6팀(해군), 포스 리컨(해병대) 외에도 HRT(FBI), NEST(DOE) 등 10여 개의 특수부대를 운영한다. 러시아도 알파부대와 빔펠부대, 그롬부대 외에 다양한 부대가 있다. 독일은 GSG-9(국경경찰대) 외에도 90년대 말 KSK(軍)를 창설했다. 영국은 1980년 런던주재 이란대사관 인질구출작전으로 유명한 SAS(육군) 외에도 SBS(해군), 코마치오(해병대), CO 19(경찰)와 같은 다양한 부대가 있다. 이스라엘은 잘 알려진 샤이렛 매트칼(육군)과 샤이렛 13(해군), 샤이렛 골라니(육군) 외에도 다양한 샤이렛(특수부대)을 운영 중이다. 프랑스도 GIGN과 EPIGN 등 4~5개의 특수부대를 운영 중이다. 이탈리아 또한 GIS와 콤수빈, NOCS를 운영한다. 네델란드의 BBE(해병대), 오스트리아의 GEK 코브라(경찰), 덴마크의 PET(경찰) 등이 유명하다. 이들 중 다수는 이미 인질구출작전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런 특수부대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요 장비와 전술이다. 특히 인질구출과 대테러 작전 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무기가 바로 MP-5 기관총(9mm 구경)이다. MP-5 기관총은 독일 H&K社 제품으로 반동이 적어 정밀사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가 사용한다. 특히 총신을 소음기로 만든 MP5-SD5나 MP5-SD6는 ‘애용품’이다. 저격총 또한 영국제 L96 A1(7.62mm 구경) 또는 미국제 M-24(7.62mm 구경), 드라구노프(7.62mm 구경)를 사용한다. 적이 장애물 뒤나 차량 내에 있을 때는 미국제 바렛 M82A1(12.7mm 구경)와 같은 대구경 저격총을 사용한다.

    이번 작전에 쓰였던 ‘섬광탄’도 필수품이다. 1980년 영국 SAS가 사용한 이래 세계 대부분의 대테러 부대가 사용하고 있다. 야간투시경 또한 대부분 특정회사 제품이거나 이를 OEM 생산한 제품 또는 카피한 제품이다. 복장도 검은색 위주다. 헬멧은 창이 없거나 목덜미와 귀를 덮는 일명 ‘프릿츠 헬멧’을 사용한다. 방탄판을 포함한 전술조끼는 이제 필요에 따라 주머니를 바꿔 달 수 있는 MOLLE 시스템이 많이 쓰인다.

    대테러 작전 전술도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먼저 인질극이 벌어진 장소의 구조와 상황을 숙지하고, 인질과 적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이를 실제 연습하거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다. 작전도 2~3개의 전술팀(각 팀의 숫자는 7~10명)이 역할을 분담해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거나 화력을 묶어둔 뒤 배후를 타격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인질들만 이해가 가능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 적의 통신방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런 것은 군사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아덴만의 여명작전’의 특수성 생각해야

    이에 더해 정치권이 아덴만의 여명작전 이후 ‘군사기밀 유출’ 운운 하는 것이 왜 정치권의 무지함을 보여주는 지는 또 있다. 

    우선 이번 작전 무대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배’였다. 진입경로는 하늘과 바다 단 두 가지뿐이다. 적의 무장은 소화기(小火器)와 RPG-7 정도, 상황은 적이 인질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대부분 선교에 몰려있다는 점이 고려 대상이다. 따라서 군이 MP5 기관총과 섬광탄, 저격총, 링스헬기의 서치라이트, 최영함의 각종 기관포를 사용한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말이다.

  • ▲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UDT대원의 기본화기 MP5의 제원.ⓒ

    공개된 자료도 통신방해, 약 1분 분량의 작전 당시 영상, 사진 7장, 작전 요도, 해군 UDT 대원의 장비, 청해부대 요원의 수기 등 ‘기밀’이라 부르기 어려운 것들 뿐이다. 이것이 기밀 유출이라면 영국의 런던주재 이란대사관 인질구출작전, 이스라엘의 엔테베 구출작전, 러시아 알파부대의 모스크바 한국인 인질구출작전, 프랑스 GIGN의 에어프랑스 항공기 인질구출작전 등은 ‘기밀유출’이 아니라 ‘기밀공개’ 수준이 된다. 

    물론 혹자는 ‘그럼 해적들이 다음번에 한국 선박을 피랍한 뒤 이번 작전 내용을 참고해 선원들을 따로 따로 가둬두면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해적은 ‘민병대’고 우리는 ‘軍’이다. 우리나라 선박이나 군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또한 해적들에 비해 훨씬 많다. 특전단의 전술도 다양하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에 작전 내용 ‘일부’가 공개된 것을 갖고 마치 북한군에 대응하듯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해적’을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해적들의 뿌리가 ‘민병대’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이번 작전을 평가하고 공개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