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리어스 웨이' 연출, 이승무 감독과 '부자지간' 화제
  • ▲ 이어령 전 장관은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의 할리우드 프로듀서가 작품을 만들겠다고 나선 뒤, 나중에 한국이 투자를 하게 된 첫 번째 케이스"라며 "진정한 의미에서 '한미합작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뉴데일리
    ▲ 이어령 전 장관은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의 할리우드 프로듀서가 작품을 만들겠다고 나선 뒤, 나중에 한국이 투자를 하게 된 첫 번째 케이스"라며 "진정한 의미에서 '한미합작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뉴데일리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워리어스 웨이(The Warrior's Way)'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2일 '월드프리미어(WorldPremiere)'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봉 준비에 들어간 '워리어스 웨이'는 주연 배우로 참여한 한국의 장동건과 미국의 케이트 보스워스, 그리고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승무 감독이 미국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 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이 중에서도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나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베리 오스본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생애 첫 작품을 '글로벌 프로젝트'로 탄생시킨 이승무 감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1963년 생으로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승무 감독은 자신이 작성한 시나리오를 읽고 관심을 표명한 배리 오스본과 의기투합, 한국-뉴질랜드-미국 3개국의 투자를 받아 8년간 영화 제작에 몰두해 왔다.

    이처럼 영화 연출·제작 경험이 전무한 한국의 젊은 감독이 베리 오스본과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인력을 끌여들였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란 이들은 이승무 감독이 이어령(77) 전 문화부장관의 첫째 아들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 ▲ 이어령 전 장관은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의 할리우드 프로듀서가 작품을 만들겠다고 나선 뒤, 나중에 한국이 투자를 하게 된 첫 번째 케이스"라며 "진정한 의미에서 '한미합작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뉴데일리

    이어령 전 장관은 말이 필요없는 당대 석학으로, 20대의 젊은 나이에 신문사 논설위원을 맡아 대학교수, 초대 문화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한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인물. 각종 수필과 시, 소설 등으로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이 전 장관은 81년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펴내 일본과 중국 등지에선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소설 '장군의 수염(68년작)'과 '암살자(1969년작)'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학에 치우치지 않고 예술 전반에 걸쳐 방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이 전 장관은 자신의 아들 이승무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 대해서도 제작자 이상의 식견을 드러내 취재진을 놀라게 햇다.

    이 전 장관은 22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미국의 할리우드 프로듀서가 작품을 만들겠다고 나선 뒤, 나중에 한국이 투자를 하게 된 첫 번째 케이스"라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한미합작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앞으로도 우리가 만든 작품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현장에서 할리우드 스타일로 문화 상품을 만들고 이를 '세계화'시키는 작업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에서 할리우드 식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정서'가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선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 전 장관은 "'워리어스 웨이'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한국, 중국, 일본이라는 좁은 의미의 아시아가 아니라 서양인이 아닌 아시아인 즉 서구적인 사람과 문화적으로 차별성을 갖고 대응하는 아시아인 전체를 형성화했다는 점"이라면서 "한 마디로 할리우드 영화란 틀 속에 동양적 사고와 문화를 재해석해 집어넣은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전 장관은 "자신의 소설 중 영화화된 작품들이 많은데 기회가 된다면 아들(이승무 감독)과 함께 꼭 한번 공동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 ▲ 이어령 전 장관은 "앞으로도 우리가 만든 작품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현장에서 할리우드 스타일로 문화 상품을 만든 뒤 문자 그대로 세계화시키는 작업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에서 할리우드 식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정서'가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선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뉴데일리
    ▲ 이어령 전 장관은 "앞으로도 우리가 만든 작품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현장에서 할리우드 스타일로 문화 상품을 만든 뒤 문자 그대로 세계화시키는 작업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에서 할리우드 식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정서'가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선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뉴데일리

    다음은 이어령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전문. 

    - 아드님이 학창 시절부터 끼가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를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했고 커서는 대학가요제에도 나갈 정도로 예능 분야에 끼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론 나처럼 인문학자가 되거나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해주길 바랬는데 본인이 워낙 그쪽에 관심이 있다보니…, 평생 소원이 자기가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래 맘대로 해봐라'하고 허락해 줬는데 미국 뉴욕 대학에 가서 영화를 공부하더니 완전히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만났다고 푹 빠져 살더라구요.

    아들을 통해 비로서 '사람은 자기가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하는 것이구나'란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확신하게 됐죠.

  • ▲ 이어령 전 장관은 "앞으로도 우리가 만든 작품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현장에서 할리우드 스타일로 문화 상품을 만든 뒤 문자 그대로 세계화시키는 작업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에서 할리우드 식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정서'가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선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뉴데일리

    - 이승무 감독과 배리 오스본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

    ▲승무는 학생 때부터 본인이 쓴 시나리오가 인정을 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낸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사실 힘들었을텐데. 자기가 쓴 시나리오를 '반지의 제왕' 프로듀서가 읽어 보고 너무 마음에 든다며 감독까지 맡겼다고 하더군요. 유명한 프로듀서이니 하루에도 1000통 이상의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왔겠죠. 그 중에서 승무의 작품을 읽고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영화는요. 미국의 할리우드 프로듀서가 작품을 만들겠다고 나선 뒤, 나중에 한국이 투자를 하게 된 첫 번째 케이스입니다. 보통 한미합작 영화라하면 우리가 시나리오와 영화를 다 만든 다음, 우리가 먼저 제안을 해서 할리우드의 자본이나 스태프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할리우드에서 먼저 만들어 보자는 제안를 건네 한국이 투자에 합류하게 된 겁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한미합작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죠. 앞으로도 우리가 만든 작품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현장에서 할리우드 스타일로 문화 상품을 만든 뒤 문자 그대로 세계화시키는 작업이 많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에서 할리우드 식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정서'가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선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영화를 보니 마카로니 웨스턴 같은 배경에 사무라이나 무사가 등장하는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띄더군요.

    ▲'워리어스 웨이'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한국, 중국, 일본이라는 좁은 의미의 아시아가 아니라 서양인이 아닌 아시아인 즉 서구적인 사람과 문화적으로 차별성을 갖고 대응하는 아시아인 전체를 형성화했다는 점입니다.

    영화 배경은 마치 서부영화의 전형처럼 그려졌지만 아시아 각국의 전통적 무예인 쿵후, 검술 등이 등장하고 이를 아주 현대적인 터치로 재해석한 점이 이채롭습니다.

    한 마디로 할리우드 영화란 틀 속에 동양적 사고와 문화를 재해석해 집어넣은 꼴이죠. 그리고 액션 영화이면서도 환타지 영화를 표방, 독특한 작품 칼라를 지닌 작품으로 탄생했죠. 다만 초현실적인 장면을 구현하느라 보통 액션 영화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소요됐습니다. 덕분에 제작 기간도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 ▲ 이어령 전 장관은 "앞으로도 우리가 만든 작품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현장에서 할리우드 스타일로 문화 상품을 만든 뒤 문자 그대로 세계화시키는 작업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에서 할리우드 식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정서'가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선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뉴데일리

    - 둘째 아드님도 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집안은 식구들이 다 모일 때 학문적으로 확연히 나이 차가 나요. 우선 나는 '활자시대' 사람이니 그에 걸맞는 일을 해왔고 아들들은 '영상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에 따라 추구하고 종사하는 모습이 다를 수 밖에 없죠. 또 막내 아들은 조형예술을 공부했어요. 승무와는 또 다른 모습이죠. 한 마디로 '프린팅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와 '사이버 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세대가 각자의 방식대로 예술을 표현해 온 셈입니다.

    자식들에게 고마운 건 단순이 돈을 벌거나 정치를 하는게 아니라 자기의 창조적인 영감을 살리고, 원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는 다른 길이지만 뿌듯하고 기쁩니다.

    - 이승무 감독이 첫 작품부터 할리우드의 A급 스태프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기대가 됩니다.

    ▲아무리 시나리오와 스태프가 좋아도 영화라는 건 일단 관객이 많이 들어와야 단발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좋은 작품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게 되는 거죠. 젊은 감독이 새롭게 출발한 만큼, 향후 감독의 영화를 소비할 권리가 있는 관객 측에서 일종의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승무가 한 가지 좋은 선례를 남긴 건 한국의 젊은이들도 시나리오만 좋으면 얼마든지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길을 열어준 것이죠. 일일이 영화판을 쫓아다니는 수고를 덜고 다이렉트로 작품만 가지고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 아드님과 사이가 대단히 좋으신 것 같은데요. 평소 대화를 자주 나누시는 편인가요?

    ▲평소 아들과 대화가 많진 않아요. 대부분 며느리를 통해 듣죠. 일적인 얘기보다는 가벼운 대화를 주로 나누는 편인데, 솔직히 요즘엔 승무와 함께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직 말은 꺼내지 못했죠. 사실 내가 쓴 소설들은 전부 영화화됐는데 남이 아닌 내 힘으로 영화 감독을 하고 싶다는 오랜 숙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많아서 우리 아들은 절대로 같이 안하려고 할 겁니다(웃음). 일종의 짝사랑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부자가 만든 영화라…, 멋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