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Lucy 이야기 ② 

     다음 날 브리핑을 받고 시장조사를 하는 동안에도 이승만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떼어지지 않았다.

    내 어머니 헬렌의 한국명은 이신옥이었다.
    이승만과 같은 성이다. 이승만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혼혈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우성 유전자만 받아 용모에 자신이 있었고 이른바 (????) 억만장자가 되어있는 신분이다.

    오후에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던 나는 차 안에서 테드의 전화를 받았다.
    「나, 도착했어. 인천 공항이야. 루시.」
    수화구에서 테드의 목소리가 울렸을 때부터 나는 기력을 회복했다.

    왔구나, 내 사랑.

    한국 시장에 진출해보겠다는 생각도 테드 때문에 일어났다.
    한국어도 모르고 한국에 가본 적도 없는 어머니의 조국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허니, 호텔에서 기다릴게.」
    옆에 한국 시장조사를 위임한 고영훈이 앉아있었지만 나는 거침없이 말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내가 들뜬 표정으로 고영훈을 보았다.
    고영훈은 40대 중반쯤의 나이에 머리가 벗겨진데다 배가 나왔다.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재무구조가 꽤 건실했다. 

    「고사장님은 시청 앞 집회에 나가지 않으세요?」
    내가 물었더니 고영훈이 눈을 꿈벅였다.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러더니 쓴웃음을 짓고 나서 말한다.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으십니까?」
    「한국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신 대통령을 존경하고 있었다면서요?」
    「누가 그럽니까?」
    고영훈이 웃지도 않고 물었으므로 나도 정색하고 대답했다.

    「어제 안내원이, 그리고...」
    테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자 고영훈이 입을 열었다.

    「안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 그래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렇군요.」

    고영훈은 싫어하는 부류인 것 같았으므로 내가 입을 다물었다.
    테드하고 생각이 다른 인간인 모양이다.

    그 때 다시 고영훈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별 놈의 대통령이 많죠.」

    그 말을 들은 내가 문득 이승만을 떠올렸다.
    독재자라고, 남북분단의 원흉이라고 테드가 말했던가?

    그럼 이 사람은 뭐라고 하는가 볼까?
    「이승만 대통령을 아시죠? 초대 대통령이었다는」
    하고 내가 묻자 고영훈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입도 반쯤 벌려져 있다.

    「이승만 대통령을 아십니까?」
    「조금요.」
    해놓고 내가 다시 물었다.

    「그분은 어때요? 어떤 대통령이죠?」
    「위대하신 분이죠.」
    거침없이 말한 고영훈이 심호흡을 했다.

    「건국 대통령이십니다. 그 분이 없었다면 코리아란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쯤 저기.」
    고영훈이 손가락을 송곳처럼 만들어 승용차 천정을 가리켰다.

    「노스 코리아의 미스터 김이 이곳도 통치하고 있겠지요. 대를 이어서 말입니다. 아마 1천만명은 굶어서 죽었을 것 같네요. 또 1천만명쯤은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있을 것이고.」

    그러더니 고영훈이 나를 향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는다.
    「6·25 아세요? 한국전쟁, 1950년에 일어 난 남북한 전쟁 말입니다.
    아마 6·25도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나는 입맛을 다셨다.
    조그만 나라에서 이렇게 생각들이 다르다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