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종단의 소유권 다툼으로 철거를 앞둔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소재 안정사에서 19일 조선 말기 전형적인 민불(民佛) 양식을 한 마애불좌상과 근대시기 불상 1기가 발견됐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불교계 관계자의 제보로 이날 오전 안정사를 찾아 마애불좌상과 불상의 존재를 확인하고 경찰에 보존 요청을 했다.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이는 이 마애불좌상은 대웅전 뒤편 암벽의 벽면 감실에 저부조로 새겨진 것으로 최근 대웅전을 철거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애불좌상이 새겨진 감실은 가로 약 1m 세로 약 40㎝, 깊이 30㎝ 정도의 크기로 1943년 대웅전이 지어진 후 66년간 지붕에 가려져 있어 보존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 ▲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안정사에서 발견된 마애불좌상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제공 
    ▲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안정사에서 발견된 마애불좌상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제공 

    마애불좌상은 다소 투박한 수법으로 조각됐지만, 애기(동자) 모습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예술적으로도 빼어난 수작으로 좌대까지 조각되었다. 황 소장은 “조선말기 불교와 민간신앙이 결합되어 나타난 전형적인 마애불 양식”이라며 “옆에 새겨진 명문인 ‘나무산왕대신지위(南無山王大神之位)’로 볼 때, 산신각을 대체한 산신신앙의 대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호 명지대 교수(미술사학과. ‘한국의 마애불’ 저자)는 “발견된 마애불좌상은 조선말기 마애불 양식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며 우리나라 마애불 전통이 조선 말기에 이르러 민불화 하면서 기자(祈子)신앙과 산신신앙의 결합된 양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애불이 발견된 안정사는 신라 흥덕왕 2년(827년)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고찰이다. 조선시대 무학대사(1327∼1405)가 이 사찰을 중건하고 7일간 기도하다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을 접하고 경복궁 터를 정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