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다음 글은 일본의 진보적 출판사 이와나미(岩波)의 좌파 월간지 <世界>가 1985년 8월호에 북한의 김일성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질문자는 야스에 료스케(安江良介) 편집장이다. 야스에는 1972년부터 98년 1월 사망할 때까지 이 월간지의 편집장으로 북한을 8회나 방문하여 김일성을 인터뷰했던 사람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친북지식인이었다. 특히 ‘K氏’라는 필명으로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이란 고정란을 매월 연재하여 한국의 정치 상황을 집중 비판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 8월호의 김일성 인터뷰는 북한의 제반정책에 대하여 김일성이 직접 답변한 내용 그대로 게재했다. 야스에는 김구에 대해서도 질문서를 냈는데 김일성은 1948년 4월 남북회담차 방북한 김구(金九)와 단독 면담했던 부분을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김일성의 말을 들어보자.  ---世界 8월호/1985 <會見記錄>金日成 질문자: 安江良介 (本誌編集部)

  • ▲ 世界 1985년 8월호 김일성 인터뷰  ⓒ 뉴데일리
    ▲ 世界 1985년 8월호 김일성 인터뷰  ⓒ 뉴데일리



    “마지막으로 김구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달라는 것인데, 그에 대하여 간단히 말해봅시다.

    김구는 유년시절부터 황해도에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는 해방 전 ‘상해임시정부’를 차지하고서 다수의 공산주의자를 살해한 유명한 반공분자였지요. 당시 공산주의자들은 김구라면 이를 갈 정도였습니다.
    해방 후 남조선에 돌아온 김구는, 자기 비서를 통해 나를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나는 김구의 비서에게 그를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김구는 나를 만나기 위해 북조선에 오기 전에 다시 자기 비서를 통해, 과거의 자기 죄과(罪過)에 대한 나의 견해를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일은 모두 백지로 돌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리하여 김구는 1948년 4월, 38선을 넘어서 북조선에 들어와, 우리들이 소집한 남북연석회의에 참가했습니다. 남북연석회의는 이승만계(李承晩系)의 정당을 제외한 남조선 대부분의 정당과 대중단체들 대표들이 참가했습니다.

    그 때, 나는 김구와 몇 차례 만나 회담(談話)했습니다.

    그는 나에게, 전에 자기들이 중국 상해에서 공론(空論)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을 때 장군(將軍=김일성)은 무기를 손에 들고 싸워서 나라의 독립을 쟁취했다면서, 자기가 공산주의자(共産主義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반대했던 것이니 용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조선의 공산주의자는 일찍이 자기가 보아왔던 공산주의자들과 다르고, 장군과 같은 공산주의자라면 손을 잡고 조국통일을 위해 함께 투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구는 남북연석회의에서도 훌륭한 연설을 했습니다.
    김구는 남북연석회의에 참가하고 남조선으로 돌아갈 때, 나에게 북조선에 머물고 싶지만 그러면 북조선에서 자기를 억류했다고 반동분자들이 헛소문을 퍼뜨릴 우려가 있으므로 돌아가야 한다고, 남조선에 돌아가서 대단결(大團結)을 도모하기 위해 투쟁할 작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에게 몇 가지 부탁이 있다면서, 남조선에 돌아가 투쟁할 것인데 활동이 불가능해지면 다시 올 생각이니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과수원이라도 하나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 나이 들어서도 공부하고 싶으니까 용지와 붓을 선물로 달라는 것과, 남조선 황해도 연백평야의 농민을 위해 관개용수 공급을 재개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나는 그의 요구를 전부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남조선에 돌아가 투쟁하다가 다시 북조선에 온다면 과수원 관리라도 하면서 여생을 안락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또한 공부한다는 것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양심적으로 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종이와 붓을 줄 것이며, 또 연백평야의 농민이 요구하는 관개용수도 다시 공급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구는 남조선에 돌아가서 얼마 후에 암살되었습니다. 아메리카 제국주의자들과 그 앞잡이들이 자기들에게 따르지 않는다고 그를 살해 한 것 같습니다.

    이상 당신(安江)의 질문에 답하였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통일을 위해 크게 활약해온 당신이 앞으로도 우리의 영원한 벗으로서 조선인민의 조국통일 위업을 위해 함께 싸워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