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울하다는 생각에 괜히 눈물이 납니다. 어려울 때에 택시비 올려 미안한 마음에 좀더 친절하게 손님을 맞으려고 노력했는데.."

    택시기사 박모씨가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의 `시민참여' 코너에 올린 글에서는 요즘 택시기사들의 답답한 심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6월 1일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2㎞ 기준)이 1천900원에서 2천400원으로 오른지 한달이 지났다.

    유가인상으로 인한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당국이 기본요금을 올려줬지만 현장의 택시기사들은 오히려 승객 감소와 사납금 인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사납금은 택시기사가 번 돈 중 일부를 회사에 내는 것을 말한다. 택시 기사들은 보통 9만1천~9만5천원 가량을 회사에 냈는데 이번 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7월 1일자로 사납금이 1만2천원 이상 올라버렸다.

    문제는 요금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승객이 줄어 택시 기사의 하루 수입이 인상 전과 같거나 오히려 줄었는데 사납금만 올랐다는 점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요금 인상 전 주간 근무자의 하루 수입은 11만원, 야간 근무자는 16만원 정도였다.

    서울본부의 이헌영 노사대책부장은 "승객 수 감소로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 수입은 하루 1만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 경우 주간 근무자의 하루 수입은 10만원 밖에 안 된다. 10만원 이상으로 오른 사납금도 다 채우지 못한다. 야간 근무 때 번 돈으로 메운다고 하지만 기사들이 느끼는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경력 10년의 택시기사 신모씨는 "기본요금이 500원 올랐다지만 승객이 줄어 수입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사납금을 1만5천원이나 올리면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라고 하소연했다.

    신씨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얼마전 사납금을 3천원 올렸는데 이번에 다시 1만2천원을 올렸다고 한다.

    서울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택시회사인 대한상운의 전경화 노조위원장은 "업무에 미숙하거나 몸이 아파 결근한 이유 등으로 한달 사납금을 다 채우지 못하는 기사가 지금도 전체의 10% 가량 된다. 사납금이 인상되면 그 비율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택시가 버스, 지하철과 함께 사실상의 대중교통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나 지자체가 인정하고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

    민주택시본부의 김성제 정책국장은 "택시기사들은 지금 생계 유지가 어려운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 택시대수 감축, 운송수입 전액관리제 시행, 개인택시 면허 양도 금지, LPG 가격 안정 등 다양한 대책을 세워 이들의 살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