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갑부 중 한 명인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Buffett) 의 공식 전기(傳記)는 단 하나, 작년 9월 말 출간된 '스노우볼(The Snowball)'이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였던 앨리스 슈뢰더(Schroeder)가 버핏의 구술(口述)을 받아 집필했다. 그런데 무려 960쪽에 달하는 이 책이 나온 뒤, 버핏은 정작 슈뢰더를 멀리한다고 한다.

    미국의 격주간지 '뉴리퍼블릭' 최신호(6월 3일자)는 버핏이 자신의 전기에서 '불편해할 만한' 내용을 들여다봤다. 슈뢰더는 버핏이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였다"고 썼다. 도벽도 있었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훔치는 게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뉴리퍼블릭은 "책에 묘사된 어린 시절의 버핏은 '어느 모로 보나 실패자'였다"고 평했다. 그러나 버핏은 "세상이 틀렸고 내가 맞다"는 생각을 고수했다.

    잘하는 과목은 타자(打字)뿐이었다. 버핏은 슈뢰더에게 "매학기 타자에선 A를 받았다. 20명의 반 애들 중 내가 제일 잘했다. 이미 한 줄을 다 치고 다음 줄로 넘어가 (수동 타자기에서) '딩' 소리가 나면, 아직도 첫 단어를 치던 애들은 놀라서 자기들도 더 빨리 치려다가 오타를 연발했다. 그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슈뢰더는 책에서 "버핏이 병적으로 돈에 집착했다"고 강조했다. 한번은 워싱턴포스트 발행인이던 캐서린 그레이엄(Graham·1917~2001)이 전화를 걸려고 버핏에게 10센트를 빌려달라고 했다. 당시 그의 주머니에 있는 동전은 25센트였다. 버핏은 이를 10센트, 5센트로 바꾸러 갔다.

    세 계적인 부호가 되고 나서도, 늘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는지'로 스스로를 평가했다. 버핏은 슈뢰더에게 "내 인생은 (자신의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계장부에 적힌 가치로 판단된다"고 고백했다. 슈뢰더는 "돈이 버핏을 소유하는지, 버핏이 돈을 소유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썼다. 돈만을 추구한 버핏은 자녀나 가족 등 다른 부분엔 관심이 없었다. 한 친구는 "버핏의 아내 수지(2004년 사망)는 싱글 마더(single mother)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버핏은 항상 누군가의 관심을 갈구했다. 아내가 숨진 뒤에는, 전에 없이 인터뷰에 매달렸다. 슈뢰더는 "TV 카메라는 그에게 마약과 같았다"고 썼다. 다큐멘터리를 찍고, 케이블 TV에 고정 출연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자신의 '변신'에 대한 버핏의 설명은 이랬다. "삶의 성공은 주위 사람들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해주느냐에 달렸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을 나도 알지만 정작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