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변했다. 

    24일 저녁 백악관에서 취임 후 두번째로 가진 황금시간대 TV 기자 회견에서 그는 지난 달 의회 연설 때 처럼 맹렬하고 호소력 있는 연설가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제이 레노 쇼에 출연했을 당시 쾌활하게 조크를 던지던 대통령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고, 미국인들을 따스하게 감싸안던 소통가의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그의 모습은 `강사'나 `설교자'와 같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국면에서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문은 그가 차분하면서도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전에 말했던 것 처럼'이라는 문구를 여러차례 사용한 것은 마치 수업 종료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조용한 교실에서 강의하는 선생님 같았다고 표현했다. 

    미 전역의 분노가 집중되고 있는 AIG 보너스 파문과 관련해서도 오바마는 거의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납세자의 구제금융을 받은 AIG가 이달 1억6천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에 대해 화가 났다고 말하면서도 목소리는 차분하고 변동이 없었다. 

    오바마는 "보너스 문제에 관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화가 난다. 납세자의 돈으로 스스로를 살찌우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이윤을 창출하려는 모든 투자가나 기업인들을 악마처럼 비난할 여유가 없다"고 비판과 비난의 경계를 분명히 했다. 

    신문은 오바마의 이 같은 태도가 어느정도는 계산된 것일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예산안과 경기부양책에 대한 민주.공화당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비판을 비켜가야 하는 그는 대 국민 직접 접촉의 기회에 자신의 입장을 차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초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통해 회심의 금융기관 부실자산 정리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 계획의 성공여부가 미 경제의 회생 여부를 가르는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기업인과 월가 금융인들을 자극시키지 않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지난 선거기간 오바마는 너무 분석적이고 초연한듯 하며 지적인 것 아니냐는 문제에 직면한 적이 많았지만 만일 오바마에게 패턴이 있다면 초기에는 잡동사니를 쌓아 놓듯이 일을 처리하다가 점차 열정적이고 활기를 불어넣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트리피 민주당 컨설턴트는 "선거운동 기간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그의 차분함은 좋은 쪽으로 작용해 왔다"면서 "이는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