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서 타당 후보를 지지한 사람도 있다"

    4월은 한나라당에 잔인한 달이다. 쉽지 않을 4·29 재·보선이 있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경제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여권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크다. 더구나 당협위원장 교체란 시한폭탄도 안고 있다.  

    이들 중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팔 이슈가 바로 당협위원장 교체로 꼽힌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제기한 김희정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 교체의 본질이 '친이-친박'갈등이란 고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지금껏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는 언론에 양진영 갈등을 증폭시킬 가장 큰 촉매로 비쳐졌다. 그래서 당협위원장 교체는 '친이-친박' 갈등의 뇌관으로 설명돼 왔는데 이 문제를 제기한 김 전 의원은 이런 언론 보도에 손사래를 쳤다.

    김 전 의원이 설명한 이 문제의 핵심은 '친이-친박'간 갈등이 아닌 '친박'이란 거짓 타이틀을 갖고 입당한 인사들로 인해 기존 당원들이 내쫓기는 상황이란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에 해법을 제시했다. 기존 임기 1년을 2년으로 늘리고 이 경우 발생할 지방선거 공천권이 논란이 된 지역에 한해 중앙당이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당헌·당규를 고쳐야 하고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으나 김 전 의원은 이런 제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이런 제안까지 하게 된 이유는 이 문제가 '친이-친박'간 갈등으로 더 번지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20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친이-친박간 갈등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양진영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고 문제 제기를 한 김 전 의원의 의도와도 크게 어긋나 부담스럽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자신들(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지도부에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자리'가 아닌 교체에 대한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김 전 의원은 '친박' 복당에 흔쾌히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히려 친박 복당(4·9총선 직전 친박 의원과 함께 탈당한 보좌진 및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이 일찍 이뤄졌어야 한다는 게 김 전 의원 주장이다.

    하지만 '친박'이란 타이틀을 갖고 복당한 인사들 중 상당수가 '가짜 친박'이란 게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이 문제는 이미 지난 2월 초에 터졌다. 한나라당 부산시당이 지난달 2일 18대 총선에서 '친박' 후보를 지지하며 탈당했던 기초단체장과 지방 의원 등 300명을 일괄복당시키면서다. 당시 부산지역 원외당협위원장들은 복당 인사 중 상당수가 "친박 탈당인사가 아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의 경우 복당 인사 12명 전원이 '친박 복당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2006년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된 인사도 있다. 김 전 의원은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었던 '짝퉁 친박'까지 복당이 된 것"이라며 "(노무현 정권때) 지역에서 여당이라며 한나라당을 괄시하던 사람들이고 태어나서 한번도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있지 않았던 사람도 있다"고 개탄했다.

    '친박복당'의 명분이 당 화합이었으나 김 전 의원은 "화합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당 화합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짝퉁친박' 인사들이 '친박'이란 타이틀을 갖고 복당하면서 이들이 기초의원이나 지역의원 보궐선거 때 자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친박복당이) 정말 당의 화합을 위한것이라면 기존에 고생한 당원도 감싸고 가야 하는데 열우당이나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던 사람들까지 입당시키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며 "이러면 누가 한나라당의 공천 룰을 따르겠느냐. 이러면 정당에 봉사할 의무와 필요성은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실제 김 전 의원과 총선 때 경쟁한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은 엄격히 따지면 '친박복당'기준에 벗어난다. 박 의원은 총선 때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고 지난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 김무성 유기준 등 다른 친박복당 의원들과는 처지가 다른 것이다. 더구나 박 의원은 대선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국민 신뢰를 잃은 부도덕한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BBK 주가조작, 위장전입과 위장취업, 부동산투기 등 각종 비리와 탈법 의혹으로 얼룩진 후보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다.

    김 전 의원도 "김무성 선배와 같은 경우는 복당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 의원처럼 대선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고 당에 공천신청도 안한 인사를 '친박'이란 이유로 입당시키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게 김 전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 친박 진영에서도 박 의원은 다른 친박 복당 의원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 전 의원의 이런 주장은 당 안팎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김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 문제를 '친이-친박'갈등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친박 복당'을 결정하면서 당 지도부가 제시했던 원칙만 지켜도 지금의 '당협위원장' 논란은 불거지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