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문화생활은 사치로 비쳐지고 문화를 즐긴다는 게 배부른 사람의 특권의식쯤으로 비춰지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동 실시한 ‘2008년 문화 향수 실태조사’를 통해 국민이 문화를 보는 태도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민들은 예술행사 관람기준으로 먼저 예술행사 내용과 수준을 먼저 고려하고 다음으로 관람비용을 생각한다. 2006년에 비해 '관람비용의 적절성'은 39.3%에서 41.4%로 2%P 증가해 예술행사 관람에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문화생활을 외면하는데 이는 문화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어려울수록 문화생활이 필요하다. 이는 문화가 여가 수단인 동시에 영혼의 살찌워주며 세상에 보이지 않는 빛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대가 어려울수록 문화는 한 단계 성장하고 이런 성장에 따라 국민 문화생활도 한층 나아진다.

    어려운 시기에 문화의 힘을 제대로 적용해 문화산업 강국으로 우뚝 선 영국과 미국을 통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문화산업을 알아보자.

    뉴딜정책으로 미국 대공황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루즈벨트 대통령. 그가 대공황을 극복한 것은 그의 확고한 문화정책에서 엿볼 수 있다. 1930년대 루즈벨트는 미국 국민의 확신을 되찾고, 희망을 살리는 데, 예술진흥사업이라는 이름에 수천 명의 음악인·작가와 미술가 등 예술가들을 동원해 생생한 실황을 본 적 없는 국민에게 공연을 통해 용기를 북돋아주도록 했다. 이런 문화정책은 구제(Relief) 회복(Recovery) 개혁(Reform)의 3단계 프로그램을 지닌 뉴딜정책을 뒷받침해 결국 성공했다. 즉 생존의 위기로 동력이 멈춘 문화예술가들을 지원해 무기력과 절망에 빠진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것이 위기 극복 비결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 시기에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탄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캐릭터산업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또 킹콩, 타잔 등의 영화가 나와 미국문화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영국은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며 2위 생산국이였다. 하지만 1960년대에 영국 산업혁명의 상징이었던 자동차 산업이 몰락했고 대표적인 항구도시 리버풀은 아주 가난한 도시가 됐다. 이 시기에 리버풀에서 ‘비틀즈’가 탄생했다. 이후 전 세계에 비틀즈 열풍이 불었고 문화가 곧 음악이고 음악이 곧 비틀즈가 되는 문화수식이 만들어졌다. 이후 리버풀은 제조업과 운송업에서 벗어나 문화 활동에 초점을 맞춰 현재는 관광문화산업에서 성장세를 나타냈다. 영국 정부도 문화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웨스트엔드를 중심으로 뮤지컬산업을 크게 성장시켰다. 영국은 현재는 ‘해리포터’를 통해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일본은 지난 잃어버린 10년을 ‘겨울연가’를 통해 되찾았다고 했다. 즉, 겨울연가 열풍으로 일본 주부들의 주머니가 열려 소비가 활발해졌고 이런 겨울연가에 대해 일본 대중문화계는 더 분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불황기에는 공포심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던 외국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려울수록 문화는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태도 속에서 소비가 활발해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겨울연가’ 사례에서 보듯이 문화를 너무 거창하게 접근할 필요가 없다. 일상생활을 통해서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들면 그것이 바로 문화가 되는 것이다. 즉, 문화는 창조적인 힘이 내재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 그만이다.

    불황기일수록 문화 산업 발전이 요구되는데 그렇다면 2009년 문화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정부는 2009년 문화예술인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70억원의 예산을 들인다고 발표했고, 예술인 공제제도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위한 구제제도도 만든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화소비자 정책을 만들어 지역 고교 또는 중소도시 기업을 탐방해 문화공연을 펼치는 정책도 펼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콘텐츠 코리아 추진위원회를 신설해 2013년까지 41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런 산업이 전시행정에 그칠수 있어 염려된다. 지난해 정부는 ‘품격있는 문화국가’ 라는 슬로건 아래 많은 문화정책을 펼쳤지만 문화인 그리고 예술인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는 35%만이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정부가 문화인에게 신뢰를 받지못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또 지난 1년간 지나친 인사이동으로 문화인에게 직접 주어지는 혜택이 많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어찌됐든 정부가 문화 산업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실효성에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컬처노믹스(Culture-nomics)시대. 어려울수록 문화생활을 사치라고 생각하고, 돈을 써야만 문화생활을 한다는 태도를 지양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찾는 데 고민해보자. 정부 또한 전시행정을 위한 문화산업이 아니라 문화대국으로 도약하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하는 자세를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