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오 국회의장이 4일 임시국회 회기내에는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여야 대화를 다시 촉구했다.

    전날 `로텐더홀 소개작전'에 전격 돌입, 직권상정 수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전날 경위와 방호원 150명을 동원해 민주당과 4차례에 걸쳐 치열한 물리적 충돌을 빚을 때만 해도 김 의장이 본격 행동을 시작했다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김 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직권상정과 국회 질서유지는 별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오는 8일로 회기가 만료되는 임시국회 기간 중에는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달중에는 추가로 임시국회를 열지 않겠다고도 했다. 2월 임시국회까지 직권상정은 없다고 사실상 밝힌 셈이다.

    김 의장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무엇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모든 점거를 풀고 임시국회 법안 처리에 선별적으로 나서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데 대한 화답 성격이 짙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완곡히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정 대표의 제안에 대한 답신"이라며 "민주당은 농성을 즉각 풀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1월 중에는 임시국회도 열지 않을 것"이라며 "2월까지 기다리고, 그때도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 의장이 결단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김 의장이 한나라당 입장을 아예 무시한 것도 아니다. 이날까지 국회의원이 아닌 자는 모두 퇴거해달라고 `마지막 경고'를 내렸고, 불법 폭력 보좌진에 대한 인사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의장실측은 "직권상정과 질서유지는 별개 문제"라며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로텐더홀 퇴거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를 겨냥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여기에 `국회 논의조차 안된 법안들의 무더기 직권상정은 있을 수 없다'는 소신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김 의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달가운 표정만은 아니다. 특히 친정인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불만이 적지 않다. 

    표면상으론 의장의 제안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의장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진작부터 비등한 상황이다. 일부에선 이번 소개 작전도 "어차피 안된다는 일종의 보여주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지난 12월29일 성명 발표 이후 김 의장이 입장을 내놓을 때마다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는 형국이다. 김 의장이 다음 선택의 순간에도 `묘수'로 결단을 피해갈 수 있을지 정치권 안팎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