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교육과학부 장관부터 과장급까지 간부 27명이 스승의 날을 기념해 자기 모교(母校)나 고향 학교를 방문하면서 교육부 예산에서 500만원씩을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6명이 학교를 방문해 김도연 장관 명의로 된 발전기금 증서를 줬다는 것이다. 학교가 이 증서를 근거로 시·도교육청에 예산을 요청하면 교육청은 교육부에서 돈을 타내 학교에 주고 있다.

    우형식 교육부 1차관의 모교인 대전 모 고교 홈페이지를 보면 우 차관은 지난 16일 오후 2시 모교를 찾아갔다. 우 차관은 한 학급을 대상으로 "열정을 갖고 살라"는 1시간 특강을 했고 이어 30분 동안 교직원들을 만나 학교 동문으로서 일화를 소개하며 금일봉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이 자리엔 대전시교육청 부교육감과 교육국장, 관리국장 등 관계자들이 배석했다고 한다. 다른 관계자 일정도 비슷했을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지면서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간부들이 늘어나 일선 학교 목소리를 듣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 차관 일정을 보면 그 방문이 학교 현장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설령 교육부 해명을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하필 왜 자기 모교나 고향 학교를 찾아가도록 했는지 의문이다. 교육부 간부들이 모교에 가서 폼도 잡고 생색도 내는 데 국민 세금을 가져다 쓴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 세금을 무서워해야 한다. 공무원도 세금을 내봐 알겠지만 세금을 쓰기 전에 그 세금을 내기 위해 국민이 얼마나 땀 흘리고 애썼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 자격이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작년 3월 전국 납세자 1083명을 조사해 봤더니 "세금을 어쩔 수 없이 낸다"는 사람이 53.6%, "빼앗기는 기분으로 낸다"는 사람이 14.4%였다. 세금 내기가 꺼려지는 이유를 보면 10명 중 8명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국민 보는 눈은 정확하고 무서운 것이다.

    교육부 간부 27명이 격려금 용도로 쓰기로 한 돈은 1억3500만원으로 교육부 1년 예산(42조6000억원)의 0.0003%다. 진짜 겁나는 것은 교육부 사람들이 나머지 돈 99.9997%도 무슨 생각으로 쓰고 있겠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