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자 사설 '가족 사기단, 뭘 믿고 대한민국 우습게 봤을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미국에서 BBK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그 후로 연락 두절이라고 한다. 검찰이 엊그제 발표한 수사 내용을 보면 김씨가 벌인 사기극은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김씨 가족이 합작한 것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가 319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리는데 이용한 유령회사 AM파파스의 주소가 바로 에리카 김의 로스앤젤레스 사무실이었다. 김씨 범행에 에리카 김의 계좌가 이용된 것도 드러났다. 미국 법원의 김씨 한국 송환 결정문에도 “에리카 김이 김씨 범행의 이득을 보았다”며 “에리카 김은 횡령금으로 동생과 함께 수백만 달러의 베벌리힐스 고급 주택 두 채를 사고 스위스 계좌로 자금을 송금했다”고 명시돼 있다. 에리카 김은 그러고서 마치 억울한 것처럼 온갖 허위 주장을 계속했다. 공영 TV들이 그 장면을 그대로 다 내보냈다.

    BBK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김씨 부인 이보라씨가 횡령금 인출과 돈 세탁을 지휘했다고 진술했다. 위조계약서에 가짜 도장을 파오라고 시킨 사람도 이씨였다. 그런 사람이 미국에서 그 위조계약서를 흔들며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 가족은 정말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을 무엇으로 보고 이런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일까. 한국에 있으면 당장 체포돼 중형을 받을 사기꾼들이 이 시간에도 고국의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계속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검찰은 이 가족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

    김씨 가족이 이렇게 세상과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은 그들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출 사람들이 국내에 많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5년 전 김대업에게 허위 공격을 당했던 이회창 후보가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고 김경준을 변호하고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년 전 김대업을 의인이라고 불렀던 여권은 어제 거리 집회에서 김경준을 “대한민국의 엘리트이자 성공한 이민 2세”라고 했다. 이번엔 김경준을 의인으로 만들 모양이다. 여권에선 이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 결탁설, 재벌·검찰·이 후보 결탁설 등 황당한 음모설들도 난무했다.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집권세력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검찰 수사는 계좌 추적을 통한 자금흐름을 토대로 한 것이다.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은 그 검찰의 증거들이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계약서가 위조가 아니라는 것인가.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고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수사 결과의 사실 여부 때문이 아니라 선거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구실을 지금 만들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중대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