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모든 행위에는 각각의 동기들이 내재되어 있다.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 역시 그렇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행위 동기를 분석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나 당사자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의 경우, 포장이나 연출의 기술을 즐겨 사용하고, 여기에 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 행위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신념, 공공선, 애국심 따위의 이면에는 개인적인 욕구나 이해관계가 더 크게 도사리고 있는 편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소식을 접하면서 과연 그의 출마 동기는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언론 등에 알려진 출마 동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① 보수 가치 사수 ② 스페어 후보 필요성 ③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신과 불만 ④ 이명박 후보의 당 장악의 한계 등이다. 먼저 그 부당성에 대하여 지적하겠다.

    첫째, 보수 가치 사수. 나라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데,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데, 이명박 후보는 ‘실용주의’를 내세우면서 이 정권의 좌편향성에 대하여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전 총재가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 왔는가를 국민들은 잘 알지도 못하고, 이것 때문에 이 전 총재가 대안이 되어야 할 명분이 없다. 그리고 그의 출마는 그가 말하는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허용할 뿐이다.

    둘째, 스페어 후보 필요성. 만에 하나 이명박 후보가 중도에 흔들리거나 낙마하게 되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전 총재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걱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스페어 후보를 상정하는 것 자체가 해당(害黨) 행위이자 이적(利敵) 행위이다. 그리고 두 번이나 실패한 이 전 총재가 대안이 될 수가 없다.

    셋째,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신과 불만. 불신은, 위의 첫 번째의 측면과 함께 엘리트 출신의 서민 출신에 대한 경시 같은 마음이 있다고 한다. 불만은 경선 전에도 그렇고 경선 후에도 이명박 후보가 자신을 제대로 대접을 하지 않고 말 바꾸기를 한 데 대한 것이다. 불신과 불만은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이 이것을 출마의 명분으로 삼을 수는 없다. 누가 인정하겠는가!

    넷째, 이명박 후보의 당 장악의 한계. 이명박 후보가 당의 요직을 거친 적이 없는 데다 치열한 경선 결과 때문에 당 장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이 틈새를 잘 파고들면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이 완전히 통합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이명박 후보와 당 지도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이지, 이회창 전 총재가 이것을 빌미로 나설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당을 분열시키는 데 기여할 뿐이다.

    따라서 이 전 총재의 출마 명분은 약하다. 그럼 왜 이 전 총재는 많은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혀 의외의 선택을 하는 것일까? 나는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나름의 ‘합리적 선택’이라고 본다. 즉 손익을 따져본 결과 자신에게 뭔가 이익이 되기 때문에 출마를 강행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첫째, 출마에 대한 국민과 한나라당 당원들의 비난을 능가하는 이익 ; 둘째, 출마에 대한 비난이라는 손해보다 더 크게 입어야 할 또 다른 손해를 회피하기 위한 말 못할 사정.

    전자는 출마했을 때 당선되는 경우이다. 당선되면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쥘 수 있고, 이명박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출마 명분의 부재를 묻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과연 이 전 총재가 당선 가능성이 있는가? 나는 제로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전 총재 본인도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후자 쪽에 눈길이 간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