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를 실행할 경우 14% 정도의 지지율을 얻을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불교방송). 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44.2%,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20.4%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 찬성(39.9%)보다 반대(47%) 의견이 더 많았지만 7% 밖에 안 되는 찬반차이는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불안한 수치이다.

    또한 이 전 총재를 대선주자의 한 명으로 포함시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향후 이 전 총재의 지지율 상승 여하에 따라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 행보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근혜-이회창 연대설’이 거론되는 등 요즈음 한나라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럴 때 일수록 당은 외연확대보다는 당내 전열정비에 전념해야 한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분열이 대사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강재섭 대표는 29일 한나라당의 ‘화학적 결합’을 강조하면서 ‘단합을 저해하는 언사’의 예로 “당에 이명박 후보를 대표선수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이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이재오 최고위원의 인터뷰 기사를 문제 삼았다.

    강 대표는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필승결의대회가 열리는 지역을 가보면 경선 때의 후유증이 남아서, 우리가 물리적으로는 단합한 것처럼 보이지만 화학적으로는 아직도 융합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쪽 당(대통합민주신당)은 경선 끝난 후 어쨌든 화합하고 경선했던 사람들이 나와서 껴안고 난리친다. “한나라당은 경선은 잘했는데 경선 이후는 저쪽이 더 잘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당내 화합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중심이 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경선과정의 이명박 진영 인사들이 온 당원이 화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온 국민의 여망인 정권교체를 위해서 캠프의 입지는 뒤로 미루고 ‘선당후이(先黨後李)’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당이 있고 이명박 캠프가 있는 것이지 이명박 캠프를 위해 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재오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 등 이명박 후보의 측근들은 각골명심해야 한다.

    대선을 50일 앞둔 이 시점의 키워드는 자중자애(自重自愛)가 되어야 한다. ‘화는 입에서 나온다’(禍從口出)는 말이 있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覆水 不返盆).

    한나라당이 경선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불안한 동거’로 국민들 눈에 비춰지는 이유는 뭘까. 이는 전적으로 이 후보 진영에서 박 전 대표 측을 향해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라거나 “말만 ‘경선 승복’이지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다”라며 비아냥댄 것 처럼 경선승리의 오만에 기인한 잦은 말실수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과잉충성을 자제해야 한다. 이회창 전 총재의 협조를 위해 삼고초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이 전 총재의 대선촉구 집회에 맞불을 놓기 위해 대선출마규탄대회를 여는 것도 볼썽사납다. 그러한 차원 낮은 이벤트는 당이 분열로 가는 지름길이라 하겠다.

    이 후보의 측근 당직자들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한 통합신당 의원들의 파상공세에 일부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의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 후보 진영은 위기 대비에 소홀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여론조사로 이겼을 뿐 ‘당심(黨心)’에서는 졌다. 그런데 경선 후 박 전 대표 진영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근혜의 도움 없이 이길 수 있다’는 승자독식 구도가 이회창 전 총재에게 출마명분을 주고 있다.

    이 후보는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의 입장에서 다시 진로를 수정해야 한다. 국민이 염원하는 좌파정권을 종식하기 위해 측근들을 2선 후퇴시키고 ‘박근혜-이회창-강재섭’을 중심축으로 하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