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자 일부 언론에, 최근 세인의 이목이 집중된 고위공직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련된 ‘신정아’씨(전 동국대 교수) 누드 사진이 공개되어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로 인간의 죄는 미워해도, 인간자체를 미워할 수 없다는 인격가치의 사회학이 새삼스럽게 문득 필자의 머리를 뇌성처럼 치고 지나갔다.

    선정적인 언론이라는 비난과 ‘신정아’ 사건의 문제핵심 본질이라는 언론사 입장 사이에는 인간의 본질적 가치에서 조명해본 실로 원대한 철학적 내지는 사회학적 규범 혼란이 뒤엉켜 뜨거운 아스팔트위에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두 개의 ‘신정아’씨 누드 사진이 오버랩 되는 표현 속에서 대중이나 독자들의 관음(觀淫)에 영합할 수 있는 선정성이야말로, 상업적 저널리즘의 속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일예로 보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 때문에 인간의 인격권, 더더욱 개인의 인권이 무시되거나 짓밟힐 수 있는 인격의 마지노선이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의 표지에는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의 관련기사로 뒤덮여, 사건의 추리를 향한 대중들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하며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고의 권부인 청와대 정책 실장이었던 핵심 실세와 ‘신정아’씨 사이에 이루어진 부적절한 연애사건은 대중들의 관심의 과녁을 집중적으로 난타할 수 있는 충분한 자극물이자 선정물의 소재다.

    다만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는 과정의 ‘레드라인’을 넘어 개인의 사생활이 이토록 처절하리만치 공개되고 침해받아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성찰은 오간 데 없이 실종되고 말았다.

    수사가 아직도 진행 중에 있고, 수사의 진전에 따라, 엄청난 정치, 사회, 문화적 아노미를 유발할 수 있는 이번 ‘신정아’ 사건을 풀어가는 언론의 태도는 어쩌면 사생활 침해라는 부메랑에 주의를 하지 않고 있었다는 언론의 뒤안길을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권력형 비리는 냉혹하리만치 냉철하게 파헤쳐져야 하는 것이고, 아울러 더더욱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할 사건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하겠다. 몸통이 있다면 몸통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파헤쳐져야 한다. 그리고 사법적 단죄와 도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신정아’씨의 나체가 드러난 공개사진 때문에 대중들은 관음증(觀淫症)과 호기심 자극 속에서 혼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동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어떤 측면에서 사건의 본질보다는 사건의 주인공들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일파만파 되어 가치혼란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바가 크다.

    권력형 비리는 매우 철저하게 규명되어 완벽하게 노출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인격권이나 인권 또한 철저하게 보호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풍요로운 원칙과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것이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

    ‘신정아’씨 개인의 누드사진을 공개할 수 있는 권리는 신정아 씨 이외에는 그 아무도 공유할 수 없다.

    권력의 치부는 철저히 규명하여 그 발원지와 발호인이 송두리째 발본색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누드사진 공개와 같은 피의자에 대한 인격권까지 훼손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