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계의 유력인사 집에서 신정아의 누드사진이 발견되었다고 하여 세간의 관심이 그에 집중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무슨 섹스 스캔들로 번질 것 같다. 신정아의 사생활이야 그 보다 더 야하든 또는 더 문란하든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다만 그러한 행동이 공무원의 청렴성을 해쳤거나 부당한 혜택을 받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다면 아마 법률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한번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신정아의 사생활이나 섹스 스캔들 또는 불법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고질병, 공직의 사용화(私用化)다.

    사실 이 문제를 생각하면 한국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아직도 조선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 흔히 목격하게 되는 ‘네 죄는 네가 알렸다’는 식의 공권력의 사권력화가 우리 사회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어느 건물의 경비원도 경비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경비’라는 권력을 개인적 이득을 위해 사적으로 오·남용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대학 총장이 되었다고 하자. 그는 그 총장의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총장으로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그 대학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대부분의 경우 그 총장은 그 총장 자리가 마치 자신이 개인적으로 훌륭해서 얻게 된, 그래서 그 개인에게 주어진 권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내 마음에 든다면 절차나 기준과 무관하게 일을 처리하며 그것을 업무수행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따라서 출세와 실력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이권이 많은 직책일수록 출세와 능력은 무관하다. 그런 자리일수록 법을 어기고 교묘하게 이득을 챙길 줄 아는 사기꾼들이 차지하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그 상관이 이득에 눈이 먼 사기꾼이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간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실력으로만 살려고 하는 사람은 천년 만년이 지나도 그런 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특히 권력의 핵심부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에서 심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취중운전하다가 교통단속에 걸려도 청와대 신분증으로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하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니다. 심지어 술집에서 외상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고도 청와대 신분증 한 장이면 그냥 무사통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청와대 비서라고 하면 만사가 형통이다. 장관들도 청와대 비서관들에게는 굽신거린다. 그 권력이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권력을 휘두르고 또 굽신거리는 이유는 단 하나, 이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부당한 요구나 압력에 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정아가 가짜 학위를 가지고도 버젓이 대학교수로 취직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문화가 배경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총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부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많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은 청와대 비서에게 빌빌거린다. 그러니 청와대에 빽이 있다면 교육부쯤은 제낄 수 있다. 그런데 마침 신정아라는, 무자격이지만 청와대가 미는 사람이 있다면 총장은 제대로 된 역할이 아니라 비뚤어진 역할-거기에는 아마도 총장 자신의 개인적 욕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도 마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까짓 신정아 한 사람 엉터리로 교수로 임용하더라도 얻어낼 것이 많다면 무슨 상관이랴 하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그 말은 진정 교수로서의 능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기본인식이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대부분의 권력자들은 실력보다는 충성도 또는 이익에 더 민감한 것 같다. 이런 일은 각종 콩쿠르나 미술대회 등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대상은 돈 주고 사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다. 대학입학도 실력이 아니라 돈으로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문화예술계에 이런 일이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신정아는 단순히 신정아라는 개인의 욕심이나 사기가 빚어낸 산물이 아니라 이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권력의 사용화의 산물이다. 구체적으로 신정아라는 사람을 통해 이런 현상이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지 이런 일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매일 일어난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박사학위도 돈 주고 사는 일이 허다하다. 직접적으로 돈을 건네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교수들이 엉터리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신정아도 가짜 학위를 받았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신정아가 가짜 학위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에게 순진한 구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신정아의 예일대 학위는 가짜학위가 아니라 거짓말이다.

    아마 우리는 이런 비슷한 일을 앞으로도 더 많이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런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선진화될려면 이런 비루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일은 네탓이 아닌 우리 모두의 탓, 바로 내탓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정아 사건에 대해 손가락질 하기 보다는 우리 모두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