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후보측의 의혹 제기에 대해 “남의 이름으로 단 한 평의 땅도 가진 적이 없고, BBK와 관련해서도 단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 후보측은 지난 5일 이 후보가 친인척 명의로 8000억원대의 재산을 갖고 있고, 지난 2001년 384억원 횡령 사건을 일으킨 김경준씨와 공동으로 BBK란 회사를 설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 후보는 “무차별적인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단호하게 대처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측은 “BBK의 명함에 이 후보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명기돼 있는 데다 이 후보가 김경준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실린 선전물이 보도돼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며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후보가 회견에서 말한 대로 지금 박 후보측의 BBK 관련 주장은 2001년 사건 당시 검찰에 고발돼 검찰의 수사를 받은 내용이고, 당시 검찰은 이 후보에 대해선 무혐의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횡령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 후보가 김경준씨를 칭찬하고 가깝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BBK는 아니지만 다른 회사는 실제로 공동 설립하기도 했었다. 이 후보측은 “이 후보와 김씨가 잘 아는 사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김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관계를 끊었다. 이 후보 형의 회사도 김씨로부터 큰 피해를 당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 대한 소상하고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상태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

    박 후보측은 중대 의혹을 제기해 놓고선 사흘째 새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BBK와 관련된 것은 모두 언론 보도뿐이다. 특히 ‘이 후보가 8000억원대의 재산을 숨겨놓고 있다’는 엄청난 의혹을 제기한 곽성문 의원은 첫날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근거를 대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단서 하나 제시하지 않은 채 기자들을 피해 다니고 있다 한다. 언론과 통화에선 “내가 말한 이명박 X파일이라는 것은 이 전 시장을 포함한 정치인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파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국민 지지도 1·2위 대선 주자들끼리의 문제다. 적당히 넘어갈 단계를 지났다. 사실이면 사실인 대로, 사실이 아니면 아닌 대로 결판이 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