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대 결과에 따라서는 당이 붕괴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그야말로 급박한 위기 상황이지만 뭐 하나 뚜렷하게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하다못해 당의 진로 및 지도부 선출, 당헌개정안 처리를 위한 재적 대의원 숫자조차 결정된 게 없다. 전대 당일에 가 봐야 안다는 것인데, 평일 치러지는 전대에 얼마만큼의 대의원이 올 지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일부 전대 안건에 표결을 요구하는 상황이 온다면 반대·기권하는 대의원들을 그 넓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일으켜 세운 뒤 일일이 머릿수를 세야하는 상황인데, 집권여당의 전대 꼴이 말이 아닌 셈이다.

    일부 의원들은 대통합신당 추진 결의를 만장일치로 해도 모자랄 판에 표결 요구하고 뭐하고 하면 그게 되겠느냐는 입장이다. 때문에 표결 요구하는 등의 상황이 오면 그 순간 사실상 ‘당은 끝장’이라는 반응이다. 집권 여당의 전대 꼴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전대가 제대로 치러질지 부터가 의문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우여곡절 끝에 전대가 치러져 마무리됐다 하더라도 그 이후 대통합신당 추진이 순탄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전대 이후에라도 소속 의원들의 탈당 ‘엑소더스’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렇게 집권 여당의 전대 꼴이 우습게 된 것을 놓고 당내에선 탈당파 의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탈당한 의원들이 탈당 직전까지 당원협의회(당원협의회가 대의원을 선출, 당협)를 다 구성해 놓고 탈당하는 바람에 재적 대의원 숫자조차 정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사무총장 직무대행 우원식 의원은 “(탈당한 의원들은)당협을 구성하지 말았어야 했다. 혹시 구성했다해도 당협을 해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의원수를 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정말 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나기도 하는 것은 탈당을 했으면, 그 본인들과 뜻을 함께하는 지역조직은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일부를 당협에 남겨놓고 가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100년 하겠다는 정당안에서 100년만에 나올까말까하는 당원들 때문에, 100년 만에 처음 진행되는 전당대회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 “열린당은 창당할 때도 힘들게 하더니, 쪼개지는 것도 참 힘들게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열린당은 14일 전대 식전행사로 가수 조영남 신효범씨의 공연을 30여분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