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한 의원 23명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이해력이 부족해 시비를 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탈당과 동시에 이들이 만든 '통합신당의원모임'(가칭)의 대변인을 맡은 양형일 의원은 8일 국회 기자실을 찾아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탈당의 진정성과 정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시비만 건다"고 불만을 쏟았다.

    이들은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이들을 "한나라당 2중대", 열린당 잔류파는 "단물 다 빼놓고 뺑소니 쳤다", 한나라당은 "기획탈당, 야반도주" 등의 비아냥을 각각 퍼부었다. 비판의 이유는 탈당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선과 정책이 맞지 않아 탈당했다면 한나라당 2중대란 얘기냐. 왜 탈당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양 의원은 이날 이 물음에 답변을 내놨다. 그는 "통합신당 성격과 정책적 노선에 문제제기가 많은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서민과 중산층 위주의 중도개혁세력이 대통합을 이뤄 진실로 국민에게 보다 나은 내일을 약속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들보다 먼저 탈당한 천정배 의원도 통합신당의 정책과 노선을 묻는 질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안정시키고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답했었다.

    이는 열린당의 정책노선과 차이가 전혀 없다. 천 의원 역시 열린당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열린당도 그 이전의 민주당도 다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천 의원은 "노 대통령과 열린당이 그동안 추진한 민생입법, 개혁입법을 우리도 충실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김한길 의원을 주축으로 한 23명의 탈당파와, 천 의원 주축의 탈당파 사이에도 약간의 온도차는 있다. 그러나 통합범위의 차이만 있을 뿐 정책이나 노선에 있어선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양 의원은 이날 "국민 심판이 이미 끝난 열린당의 틀을 깨지 않고서는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이런 열린당의 상태를 지속한다는 것은 대선에서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거저 갖다 바치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심각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의 주장을 빌리면 열린당이 지난 4년간 해온 정치와 정책노선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당 의원들은 스스로 국민의 심판이 끝났다고 판단한 지금의 열린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책·노선으로 새 당을 만들어 국민 심판을 받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다. "이해력이 부족해 시비를 건다"는 양 의원과 탈당파 의원들이야말로 비난 여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