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에 스위스나, 독일 등 유럽의 사진이 걸린 달력을 보며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 동경하였던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시커먼 나무들이 아주 빽빽하게 쭉쭉 뻗어 있는 사진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바로 독일의 '흑림'이었다. 흑림은 숲 속에 들어가면 햇빛을 볼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독일의 흑림은 숲 속에서 자행된 지나친 방목 행위와 산업화로 인한 목재 수요의 증가로 산림이 황폐해지자 1800년 초부터 100년 동안 대대적으로 국토녹화 사업을 벌인 결과다. 

    이때 경제성을 따져 원시상태의 천연림을 마구 베어내고 그곳에 빨리 자라는 가문비나무를 심었다. 목재로 이용함에 있어서 '독일 가문비나무'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숲을 만든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독일이 패전하고 연합군과의 보상금 지불을 논의 하면서 '흑림의 나무'만큼은 베어 팔지 않고 지켜냈다.

    독일은 이러한 성공을 근래에 와서는 후회하고 있다. 침엽수 위주의 단순림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자연생태계가 파괴된 것이다. 하층식생과 동물들은 살 곳이 없어졌으며, 침엽수의 낙엽이 토양을 산성화시켰다. 또한 가문비나무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 1999년 폭풍으로 독일 남부에서만 2700만㎥의 나무들이 쓰려졌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자연환경과 최적의 조화를 이룬 천연림을 인위적으로 바꾸면서 생긴 변화의 후유증이다.

    숲은 본래 천연림처럼 서로 다른 나무들이, 그것도 어른나무 아이나무할 것 없이 더불어 살아야 건강한 법이다.

    우리의 숲은 어떠한가. 산에 살고 있는 나무가 다양하다는 것은 단풍으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의 색깔만큼 우리나라의 숲은 아주 건강하다. 침엽수 조림지와 천연림이 잘 공존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아름다운 천연림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하여 천연림개량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경제성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건강한 우리나라의 숲을 가꾸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검은 숲보다 우리의 단풍 숲이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