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 세계경제 둔화와 북핵문제, 대통령선거 등의 내외 요인 때문에 고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4.2%로 전망하면서 북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1% 포인트가 낮아질 수 있고,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반전돼 30억 달러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22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영전략 담당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핵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절반 이상은 “북핵 경제파장이 6개월 이상 갈것”, 74%가 “북핵 리스크가 기업경영에 나타날 것”, 68%가 “내년 사업계획 손도 못 댄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북핵위기’가 우리 기업들을 ‘살엄음판’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경제 주무부서 책임자가 더 이상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다”고 우길 수는 없을 것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지금은 사실상 불황”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예산을 앞당겨 쓰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혔다. 얼마 전까지 “경제는 좋은데 민생이 어렵다”느니 “주가가 올랐으니 경제는 정상”이라느니 하며 말장난을 하던 정부가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있다.

    이 정부는 정책의 잘못으로 인한 경기 불황의 책임을 북한 핵실험에 떠넘기고 있다. 핵실험 이전에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맞지 않다”고 되풀이했던 권 부총리가갑작스럽고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쓰는 수순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이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경기 띄우기’의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정권 말기이면 유행병처럼 도지는 정부의 경기 부양의 부작용은 김대중 정부의 신용 남발에 따른 카드사태와 가계신용 대란이 생생하게 증언한다. 대증요법식 경기부양은 경제 흐름만 왜곡시키고 장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부른다. 경기부양은 경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한다.

    지금은 단편적인 경기부양이 아니라 총체적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재정 확대뿐 아니라 내수, 투자 등 총수요를 끌어올리고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종합적 처방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스스로 ‘규제권력’을 내던져야 한다. 나아가 이중대표소송제나 회사기회 유용금지 등에 반대하는 전경련의 요구도 반영해서 기업활동 규제를 완화하고 경영권 방어제도도 보완해줘야 한다.

    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북핵 사태가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를 끌어올려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을 정부는 막아줘야 한다. 국가 신용도 하락은 해외 차입비용을 상승시키고, 필연적으로 해외 경쟁업체들에게 우리의 거래선과 물량을 빼앗기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경제를 압박하는 내수 부진을 해결하는데 정부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위축돼 내수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다. 국민과 기업은 미래의 막연한 불안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과 회사의 저금통장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의 가슴을 옥죄고 있는 대북안보불안 심리를 해소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좌경화되고 무능한 외교안보라인을 과감히 교체하여 대북·북핵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 후카가와 와세다 교수는 얼마 전 “외환위기 직후 2년간 한국정부의 경제정책은 80점이 었으나 그 뒤엔 50점으로 떨어졌으며, 현 정부의 정책은 30점”이라고 평가하며 “한반도는 위기상황이며 내부분란으로 위기에 빠졌던 100년 전 구한말의 경험을 떠 올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제 정부는 우리 국민이 40년 넘게 피와 땀과 눈물로 이뤄 놓은 ‘한강변의 기적’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원리에 귀기울일 때가 된 것 같다. 세제 감면과 근로소득세 인하 같은 부분적인 감세 조치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경기부양으로 좌파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해결해야 한다. 정치는 경제회복를 위한 국민 심리안정 등 보조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 도연명(陶淵明)은 41세에 귀거래(歸去來)를 했다. 노 대통령은 63세에 고향인 김해시 봉하마을로 퇴임을 하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