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과 미국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자본이 한국을 대거 이탈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금년 들어 지난 8월 11일까지 한국을 빠져나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주식, 채권, 배당금 등)이 92억 달러를 넘어 지난 1992년 주식시장 개방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와 같은 외국자본 이탈은 재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한국을 떠나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국 내의 반(反)외자 정서와 한미동맹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영국과 미국자본이 이탈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년에만도 8월 11일 현재 49억 달러를 넘는 영국자본과 31억 달러를 넘는 미국자본이 각각 빠져나갔다. 재정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들어와 본격화되기 시작한 영국과 미국자본의 이탈은 2005년과 2006년을 거치면서 그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정부는 외국자본의 추가 이탈 방지와 투자 유치를 위해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비롯한 고위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여 9월 29일과 30일 보스턴과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급증하기 시작한 외국자본의 이탈은 이와 같은 설명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념적, 구조적 요인에 따른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첫째 한국경제의 침체와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따른 신뢰 추락을 들 수 있다. 계속되는 성장 부진, 원화 강세와 같은 경제 환경의 악화는 기업의 실적 악화와 경제 전반의 활력 둔화에 이어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2003년 이후 3년 동안 잠재성장률(5%)에도 못 미치는 년 평균 3.9%의 성장을 기록했을 뿐이다. 4∼5년 동안 성장엔진을 키우지 못하면 필리핀 수준의 빈국(貧國)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외국 경제학자의 지적이 나올 정도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 동안 과도한 이념과 복지를 추구하면서 불어난 150조원에 달하는 국가채무 또한 한국경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정부 수립 이후 54년 동안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늘어난 채무액인 133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작통권 환수에 따라 급증할 국방예산과 대선(大選)을 겨냥한 선심성 복지예산을 고려할 때 내년 재정수지는 더욱 악화되어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국내 일각에 팽배되어 있는 반외자 정서를 들 수 있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론스타에 대한 과도한 처리, 외국 투자자의 국내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민감한 반응과 같은 반외자 정서는 외국 투자자를 불안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론스타에 대한 한국정부의 처리 과정을 지켜본 외국 투자자들이 과연 한국에서 돈을 벌어 가져갈 수 있을지를 우려하고 있다"는 템플턴 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사장의 지적과(2006. 9. 30, 조선일보) "한국이 말로는 금융 허브를 지향하면서도 '경제민족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정신분열적' 현상을 보인다"는 파이낸셜 타임즈 아시아판의 감정섞인 지적은(2005. 3. 31, 파이낸셜 타임즈 아시아판) 한국이 도저히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곳으로 투영되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외국자본을 죄악시하고 외국기업을 적대시하는 나라로부터 자본이 이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실제로 24억 달러에 달하는 2005년 외국자본 순유출액 중 74%인 18억 달러가 국세청이 론스타 등 6개 외국펀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인 4분기에 한꺼번에 빠져나갔던 사례는 국내 일각의 반외자 정서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악화된 한반도 안보환경에 대한 우려를 들 수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작통권 환수에 따른 한미동맹 변화, 북한문제로 인해 조성된 한미간의 신뢰 붕괴 등과 같은 불안 요인의 증대는 외국 투자자의 심리적 안정성을 저해하여 외국자본의 이탈을 더욱 부채질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남북한 대치와 이념 대결이 점차 첨예화되고 있는 구조적 특성상 한반도의 안보 불안은 반드시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문제를 두고 노무현 정부와 세계 금융질서의 지배자인 미국 정부 사이에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감정적 앙금이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이탈 액수와 속도 면에서 단순히 투자국을 전환하는 정도를 훨씬 넘고 있다"는 정부 고위 인사의 우려(2006. 9. 30, 조선일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던 김영삼 대통령의 허언(虛言)이 국가경제의 부도위기 앞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왕따를 당했던 기억을 갖고있는 국민들의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외국자본의 이탈을 막고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투자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그러나 이상에서 보듯이 이념적, 구조적 요인이 외국자본 이탈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의 발언이나 정부 정책은 하나같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걱정스럽다.

    외국자본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유출되는지는 지난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노대통령의 발언이나 정부 정책이 변화하지 않고 위와 같은 이념적, 구조적 모순이 고착된다면 외국자본은 더욱 빠른 속도로 한국을 이탈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렇게 되면 국가 생존의 두 핵심 축인 안보와 경제가 모두 붕괴되는 사태를 막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주가가 좋으니 경제는 정상"이라고 말하고 경제부총리는 "경제가 안정적 성장세를 지키고 있다"는 이상한 소리를 되풀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