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깨끗하다. 민족의 명산 금강산에서 자라고 있다고 해서 여느 풀꽃과 다를 것은 없다. 그러나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서 그런지, 마음에 전해지는 느낌은 다르다. 이름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으나 눈부시게 다가온다. 어찌나 강렬한지 가슴이 설렐 정도이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생애 처음으로 찾은 명산이니 가슴이 설레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120여 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 많은 관광객들에게 시달렸으니 힘이 들고 지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 피곤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해서 그런 것인지 더욱 더 생동감이 넘치고 있을 뿐이다. 환하게 웃는 꽃들의 모습에서 無財七施를 떠올린다.

    無財七施.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나누어줄 수가 없다고 말하는 중생에게 가르쳐준 삶의 지혜이다. 남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는 뭔가 가진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삶의 지혜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고 무지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재칠시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남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일곱 가지를 말한다. 환한 웃음을 나눌 수 있다는 和顔施가 그 첫 번째이고 말로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는 言施가 두 번째이다. 마음을 주는 心施가 세 번째이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眼施가 네 번째이다. 몸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身施가 다섯 번째이고 남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座施가 여섯 번째이다. 마지막으로 잘 살펴서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察施이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보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니, 놀랍다. 내가 가진 것조차 알지 못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 욕심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나누는 일에는 조건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중요하다는 것을 꽃을 보고서 알게 된다.

    일만이천 기암 고봉들을 바라보며 자란 꽃이어서 그런지 경이로움이 더하다. 무엇보다도 먼지에 조금도 오염이 되어 있지 않아 깨끗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만 같아 마음이 정화되어진다. 꽃들은 말이 없다. 오직 환하게 웃는 얼굴로 무재칠시를 실천하고 있었다.

    산에 오르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풀꽃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귓가에 속삭이는 말들이 온 몸에 그대로 전해진다. 오만에 빠지지 말고 교만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혼자는 살 수 없으니,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라고 웃고 있다. 이마에 흐른 땀을 씻으면서 꽃의 밀어에 빠져버렸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