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일 ‘국군의 날’은 국군의 위용을 과시하고 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지만 그 유래를 아는 국민들은 드문 것 같다. 그것은 6·25 한국전쟁 때 우리 국군이 38선을 최초로 돌파한 날인 1950년 10월 1일에서 유래한다. 또한 10월 1일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양국 사이에 군사동맹이 결성된 날이기도 하다.

    이 번 제 58회 ‘국군의 날’은 정부의 전시작통권 단독행사 추진 등으로 자주국방을 둘러싼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반세기 넘게 유지 돼 온 한미동맹이 뿌리채 흔들리고 한미연합사 해체가 운위되고 전쟁억제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맞게 되어 우리 군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는 심정이 착잡하기 그지없다.

    국군의 날을 보내며 모윤숙(毛允淑)님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한 번 쯤 읽어 보기를 권한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중략)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중략)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전쟁이 가져다 준 참상을 몇 줄의 시를 읽으며 음미해 볼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국군의 평시(平時) 기본 임무는 전쟁억제력을 유지하며 유사시에 대비한 군사태세확립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56년 전 우리는 전쟁억제에 실패해서 정규군 중 14만 9000명의 전사자와 71만 7000명의 부상자 그리고 13만 2000명의 실종자와 9600명 포로의 인적 피해를 보았다.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은 5만 7000명의 전사자와 11만 5000명의 부상자의 인적 희생을 감수했다. 세계전쟁사에 3번 째로 큰 희생이었다.

    58년 전의 참상을 잠시 회상해 본다. “거리에 버려진 울고 있는 아이들. 1·4 후퇴를 앞두고 불타고 있는 서울 시가지. 총도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소년 학도병들의 참전 모습.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등에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이고) 지향 없이 떠나는 피란행렬··· 등 ”

    6·29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식엔 4년째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북의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까지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전쟁 발발 문제를 별개로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에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집권세력의 한 순간의 판단 착오나 실수가 또 다시 국가 재앙적 사태를 초래하게 해서는 안된다. 북이 군사적 모험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전쟁재발 가능성은 항상 상존하게 된다.

    이런 이유가 노병들과 애국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전직 국무총리, 백발이 성성한 창군(創軍) 원로와 전직 국방부 장관, 예비역 장성 들과 선진화국민회의,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227개 단체들이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반대 1000인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도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충정(憂國衷情)의 발로이다. 이제 우리 선조와 선배들이 눈물로 되찾고, 피로 지키고, 땀으로 세웠던 대한민국을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구해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 자주 방위 역량 강화와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지만 가슴에 와 닿지 않은 것은 비단 필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1950년 6·25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과 한국군의 전쟁 수행 본부 역할을 수행했던 ‘미8군 사령부가 2008년 해체한다’는 미국 국방부의 발표(9월 29일)가 대북억제력과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준비설로 국민은 불안하다.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코리아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위태롭게 느껴질수록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의 소중함이 크게 다가온다. 국민은 국군을 믿는다. 국군 곁에는 군을 사랑하는 국민이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세계를 바로 읽지 못하면 그 나라와 국민은 존망의 위기로 내몰린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정부는 ‘자주’라는 환상에 빠져 더 이상 국민을 편가르는 어리석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편안한 ‘국군의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