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군(軍), 이제 천덕꾸러기 된 거 맞죠?", "차라리 무인도(無人島)라도 마련해줬으면…" 이는 2005년 8월 3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송파구 일대에 신도시를 세우기 위해 이곳에 위치한 군부대 부지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데 대한 군의 반응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신도시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리를 내어주게 될 군부대의 거취나 부지 문제는 결정된 바 없이 이해찬 당시 총리의 제안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과의 협의를 거쳐 급작스레 결정되었다는 것이다.(2005. 9. 2, 조선일보)

    군 당국은 초강력 유류 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육군은 대대급 전술훈련을 년 2회에서 1회로 줄이고,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의 연간 비행시간을 대폭 줄이며, 해군은 함정의 움직임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경계방법을 전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2005. 10. 5, 조선일보)

    군이 훈련장 부족과 주민 반발로 사격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전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육군은 필요한 훈련장 면적 가운데 64%만 확보하고 있고, 공군도 8개 공대지(空對地) 훈련장 가운데 경기 여주와 경북 낙동 사격장은 소요 면적의 절반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지역주민들의 항의시위로 포병의 전차사격훈련이나 공군의 지상근접 공격훈련 횟수를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주민은 훈련장으로 향하는 전차 앞에 드러눕거나 훈련장 무단 진입까지 시도하고 있다.(2006. 9. 26, 동아일보)

    유사시 북한군의 장사정포를 무력화하는 핵심 전력인 공대지(空對地) 유도폭탄과 항공기를 파괴하는 공대공(空對空) 미사일 보유량이 전시 비축목표량의 12%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올해 말 미국의 전쟁예비물자(WRSA) 프로그램 폐기에 따라 미 공군이 한국에 비축한 GBU 계열의 유도폭탄을 환수하게 되면 개전 초기 유도폭탄 부족으로 임무수행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군은 분석하고 있다.(6006. 9. 28, 동아일보)

    이상이 '자주국방'이라는 신기루(蜃氣樓)를 쫓아 작통권 환수까지 추진한 노무현 '자주정권'의 안보 현실이다. 이에 더해 우리 국민과 병사들의 안보불감증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는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국민들의 80%와 병사들의 60%에 달하는 숫자가 부정적으로 답하고 있는 현실이다. 군 최고 통수권자라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김정일 정권을 두둔하고 있는 판에 어느 국민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할 것인가? 또한 전략물자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경비 절감과 주민 반발로 훈련조차 줄이는 군에게 어떻게 전투력과 충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김영삼 정부 시절 문민우위 정책에 따라 군에 대한 경시 풍조가 만연된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포퓰리스트들의 말의 성찬(盛饌) 앞에서 우리 군은 점차 형해화(形骸化)되어 가고 있고 우리 군의 훈련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전락해 가고 있다. 국가 전반이 포퓰리스트들에 의해 점령된지 오래고 이제는 국가의 마지막 보루인 국방마저 포퓰리스트들에 의해 점령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기강과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라 자신의 정략적 필요에 따라 군을 사유물 다루듯 하는 지도자의 무지와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는 안보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 그리고 날로 심각해지는 지역이기주의는 우리 군을 더 이상 갈 곳 없는 사지(死地)로 몰아가고 있는 중이다. 작통권 환수 합의에 따라 우리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된 상황에서 우리 군 마저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도대체 우리의 안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게다가 최근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노대통령이 내년 좌파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통권 환수에 이은 평화체제 논의, 연방제 거론, 징병제(徵兵制)에서 모병제(募兵制)로의 전환 등과 같은 일련의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은 국민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군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가중될 안보 불안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국군의 날을 맞아 정말 떠도는 소문에 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역사는 일깨워 주고 있다. 군이 본연의 목표인 국방의 임무를 다할 수 없는 나라의 끝은 파멸 아니면 쿠데타였다.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 지경인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군은 나라를 수호하는 근본이자 단결의 중심이 되어왔다. 따라서 국방력은 정치력, 경제력과 함께 한 나라의 국력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가 되는 것이다. 폴 케네디도 "강대국의 흥망" 속에서 "국가경영의 핵심은 경제력의 보유와 그에 걸맞은 군사력의 유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황석공(黃石公)이 소서(素書)에서 말했던 "군인의 위상이 어그러지고 포퓰리스트들이 설치는 나라는 망한다(戰士貧, 游士富者, 衰)"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볼 때이다. 지도자가 몽매하다면 국민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화는 실패해도 다시 할 수 있지만 안보는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