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대표는 어이가 없었다.

    ‘이보시오. 미국의 본질은 전쟁국가요. 전쟁, 군수산업을 통해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댁들이오. 곡식도 팔고, 에너지도 팔고 영화, 음악, 스포츠 까지 뭐든지 팔아먹고 그것을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라고 부르지.’

    ‘미국이 일부러 전쟁을 일으켜 발전을 한다고 보십니까?’

    ‘그렇소.’

    ‘그렇다면 전쟁이 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미국이 없다면 전쟁이 안 일어날까요?’

    ‘미국이 없으면 전쟁도 없겠지.’

    ‘지역에는 제각기 지역강국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니 수시로 전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미국이 있으니 오히려 전쟁을 할 수 없는 것이죠.’

    ‘이보시오. 미국 양반, 댁의 조국이 미국이라 유리하게 말하는 것은 이해해주겠소. 하지만 난 댁과 생각이 다르니 나가쇼.’

    ‘미국을 미국으로 보시오.’

    ‘그럼 미국을 미국으로 보지 뭘로 봅니까?’

    ‘선생은 지금 미국을 악의 핵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소.’

    ‘미국은 미국일 뿐이오.’

    ‘나원참, 미국은 제 멋대로 남의 나라에서 자기네 법을 내세워 다른 나라 사람들을 체포하오. 그 뿐 아니오. 미군들은 이라크에서 가서 소녀를 강간하기도 했고, 전세계에서 온갖 범죄들을 저지르지. 하여간 미국인들은 전세계에서 쓰레기같은 짓들을 많이 하고 있소.’

    ‘선생은 외눈박이입니다.’

    ‘외눈박이?’

    ‘그렇소. 외눈박이.’

    ‘무슨 말이오?’

    ‘자기한테 유리한 이야기만 본단 말입니다. 가령 미국이 미국법에 따라 제 3국에서 다른 나라 사람을 체포해 간다고 칩시다. 물론 그런데 왜 다른 나라들은 그것에 침묵합니까?’

    ‘그야 미국이 하도 세니까 그렇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십시오. 미국이 세도 미국이 나쁜 일을 많이 하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외면받았을 것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소.’

    ‘하지만 지금 미국은 건재하지 않습니까? 좋은 역할을 나쁜 역할 이상으로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아니오. 전쟁 일으켜서 무기 잘 팔아먹어서 그 돈으로 버티는 거요.’

    ‘전쟁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수요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공급이 나오는 겁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되오.’

    ‘선생은 누가 선생을 주먹으로 치면 보복하지 않습니까?’

    ‘그렇소.’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오. 미국은 참아야 하오.’

    ‘왜요?’

    ‘그거야 미국이니까 그렇소.’

    ‘왜요?’

    ‘따지지 마시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소.’

    ‘한국 국민들 가운데 잘못된 사람들이 세계에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곧 한국 자체가 세계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사안을 큰 사안으로 비약시키지 마십시오.’

    ‘말이 안 통하는 군. 당장 나가시오.’

    ‘당신은 당신 이익에 닿는 것만 봅니다.’

    ‘난 내 이익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오.’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고 이 가게 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진 것 많은 사장은 좀 덜 먹어도 됩니다.’

    ‘가진 것이 많은 자의 것이라고 함부로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누가 함부로 빼앗는다는 거요. 내 권리를 찾는 거라니까! 우리가 파업을 해서 아킬레우스 사장이 하루에 매상 100만원 씩 손해를 본다면 차라리 몇 푼 주거나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합리적이오. 우리 파업으로 하루에 100만원씩 손해가 난다면 그것은 아킬레우스 사장이 어리석은 일을 한 거요. 아킬레우스 사장의 잘못이란 말이오. 그러고 보니 노동자가 진정 위대해 질때는 파업할 때구먼. 하루 5만원 일당 받는 노동자들이 가게에 20만원씩 손해를 입히니 말이오.’

    ‘강간 당할 위기에 놓인 여자가 강간을 당해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면 차라리 오랄섹스를 해주거나 성관계 요구에 응해주는 것이 합리적입니까? 강간을 당해서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되면 그것은 여자가 어리석은 일을 한 결과로군요. 여자의 책임이구요. 그러고보면 남자가 진정 위대해질 때는 강간할 때인 것이구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쇼! 강간은 범죄잖아!’

    ‘댁들은 불법파업을 하고 있소. 범죄나 불법 파업이나 법을 어긴 것은 다를 게 없소.’

    ‘더 이상 긴 말이 필요없소. 나가쇼!’

    노동자 대표는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 씨도 가게 밖으로 밀어냈다.


    헐버트 씨가 밀려난 이후 경찰은 가게를 부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노동자들을 끌어냈다. 진보성향의 인터넷신문들은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인 논조로 기사를 전개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원인은 한국에서 만연하고 있는 양극화와 비정규직 고용 문제라는 분석이었다. 그리고 진보성향 인터넷신문들은 노동자들이 갖고 있던 아킬레우스 씨의 막말 내용이 담긴 테잎을 여과없이 보도해 아킬레우스 씨의 잘못이 매우 큰 것처럼 보도했다.

    그 결과 아킬레우스 씨는 지역에서 엄청나게 망신을 당했고 가게는 다 박살나 상당한 재산손실을 입었지만 아무도 그의 피해에 관심을 기울여 주는 이는 없었다. 결국 아킬레우스 씨는 개업을 포기하고 가게를 처분했다. 재수없는 가게라고 소문이 사방에 퍼져서 아킬레우스 씨는 가게를 헐값에 팔아야 했다.

    아킬레우스 씨는 힘없이 부동산 중개업소 문을 열고 나오며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통령만 국민들이 선거로 뽑는다고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백주 대낮에 약탈과 난동이 버젓이 자행되는 사회가 무슨 민주주의 사회인가.

    재미있는 것은 아킬레우스 씨와 비슷한 생각을 경찰에 붙들려 간 노동자들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생각할 때는 가진 자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범죄였고 이런 범죄가 버젓이 자행되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백주 대낮에 민중에 대한 수탈이 자행되는 사회가 무슨 민주주의 사회인가.

    아킬레우스 씨의 가게를 점거했던 일용직 노동자 대표는 구치소에 들어가며 이렇게 생각했다.

    ‘이게 다 강남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