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가 소위 '개혁법안'이란 명목 아래 만든 신문법과 언론법의 핵심 5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먼저 열린당은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일부 핵심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은 데 대해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열린당은 언론사 1개사가 시장의 30%, 3개사가 60%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신문법 17조에 대한 재판관 7명의 위헌결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열린당, 합헌결정엔 환영, 위헌결정에 유감
    우상호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 어떻게 구제하나", 정청래 "유감스럽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법률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위 3개 신문사가 60% 이상 시장점유를 못하도록 한 게 아니라 3개 신문사에 한해 시장에서 불공정행위를 못하도록 불이익을 주는 조항"이라며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헌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신문구독 확장을 위해 자전거와 선풍기를 경품으로 주고 이로 인해 칼부림이 나는 비정상적인 한국신문시장의 구조를 해결해야 할 측면에서 본다면 위헌판결은 아쉽다"고 주장했다.

    열린당은 언론중재법 시행 전 이뤄진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언론중재법을 적용하도록 한 언론법 부칙2조 위헌결정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우 대변인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조항을 신설할 때 거대언론의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독자의 권익이 보호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는 판단 아래 법률을 제정했다"고 밝힌 뒤 지난 만두파동 당시를 거론하며 "모든 신문과 방송이 '쓰레기 만두'라 해 국민 모두가 만두를 먹지 않아 중소 만두기업이 부도나고 사장이 투신자살을 했지만 이후 모든 언론이 만두먹기운동을 벌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런 보도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고 반박한 뒤 "위헌판결이 나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외의 합헌결정이 난 조항들에 대해선 "헌재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 대변인은 "헌재의 주된 판결에서 신문이 언론의 공적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사회적 공공매체라는 인식은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후 국회에서 신속하게 법안 개정작업을 해 향후 헌재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법이 만들어졌던 애초의 취지는 달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광위원회 소속인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일반상품과 달리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문에 대해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된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언론중재법 '무과실 정정보도 청구권'도 언론에 의한 인권침해가 심각하고 빠르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인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주장했고 "'신문사 타 신문·통신 지분 절반 소유금지 조항'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대해서도 여론 독과점 해소, 다양성 확보라는 취지가 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나머지 합헌결정을 내린 조항을 강조하며 "헌재가 판결을 통해 신문이 일반상품과 달리 공익적,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는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주요 입법취지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환영한다"며 "이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낸 쪽이 패배한 것으로 (헌재 결정을)점수로 매긴다면 85점 정도를 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비판언론의 승리이며 코드 언론정책의 패배"
    "정부와 열린당은 국민과 언론 앞에 백배사죄해야"

    한나라당은 이번 헌재 결정을 '비판언론의 승리' 코드 언론정책의 패배'라고 평가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선 대표최고위원은 이계진 대변인을 통해 "언론경영신고 의무화 부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신문법 언론중재법의 위헌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비판언론의 승리이고 코드 언론정책의 패배"라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위헌판결은 대한민국에 아직은 양심세력이 절대 다수이고 그래서 살맛나고 희망이 있다는 것도 입증한 쾌거"라며 헌재결정을 반겼다. 또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같은 악법을 여러가지 사유로 입법 과정에서 막지 못했던 데 대해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한다"며 "그러나 법의 정의는 살아있고 국회에서 막지 못한 악법을 헌재가 명쾌한 판결로 막아냈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개혁을 빙자해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근간인 비판언론을 죽이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방법을 동원해 탄압해왔다"며 "자유민주주의 세계에 그 유례가 없는 행태를 보였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헌판결을 받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은 위헌 조항 외에도 소수 의견이지만 언론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은 결국 비판언론을 말살하기 위한 것으로 존재가치를 잃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들은 마땅히 모두 폐지돼야 한다"며 "이 기회에 참여정부 들어 코드를 앞세워 급진 과격 세력들에게 떠밀려 만들거나 만들려고 했던 여러가지 이른바 개혁 빙자법들이 모두 이렇게 위헌적인 하자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주목한다"고 밝혔다.

    당 정책위원회도 성명서를 통해 "헌재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는 정부·여당의 언론장악 음모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이를 분쇄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정책위는 "정부와 열린당이 언론법 개정작업과 시행을 통해 이 땅의 언론자유를 억압한 것은 역사에 크나큰 죄를 진 것이므로 국민과 언론 앞에 백배사죄하고 시급히 개정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위는 이어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으로 한국의 언론자유가 제 길을 되찾은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노무현 정부에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언론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헌재의 판결은 일부 거대 보수언론의 독점적 지위를 합법적으로 보장해준 것이고, 민주주의 발전과 언론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판결"이라며 "한마디로 헌재가 헌법정신을 왜곡하는 위헌적 결정 내린 것으로 비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