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1일자 사설 '노대통령의 이상한 북핵(北核) 발언'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북한의 핵 개발은 선제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며 남한의 지원 여부에 따라 핵개발을 계속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재향군인회 박세직 회장 등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안보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비공개 접견이었다는 이유로 정확한 내용은 공개를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에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누구를 공격하거나 테러를 지원하는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발언은 대통령의 북핵(北核) 인식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자칫하면 북핵 논의 구조가 와해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핵 개발 자체를 막기 위해서다. ‘공격용’이든 ‘방어용’이든 북이 일단 핵을 갖게 되면 동북아의 안정은 깨진다. 일본이 가만히 있겠는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지난해 9·19 베이징 선언도 모두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통령이 이에 찬물을 끼얹는 듯해서야 지역 안정과 우리 안보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만일 북핵을 ‘방어용’으로 용인한다면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대북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을 위반한 북에 6자회담에 나와 달라고 더 매달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북의 핵 보유를 전제로 전혀 새로운 대북정책, 새로운 한미동맹을 추구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때이며, 그럴 만한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책도 능력도 없이 북을 두둔하니까 미국은 등을 돌리고 북은 제멋대로 나오는 것이다. 북이 경의선·동해선 철도 시험운행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깬 것도 그래서다. 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하고 북핵 불용(不容)의 원칙을 굳건히 세워야 한다. 그것이 국군통수권자로서 최소한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