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과연 정씨가 현실과 이상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대중들이 듣고 싶은 말만 골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어린이 동화가 있다. 그 동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은 사기꾼들에게 속아 있지도 않은 옷을 사 입고는 자신이 가장 좋은 옷을 입었다고 스스로 믿어 버린다. 그리고 임금님 주변의 사람들도 임금님의 권위가 무서워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런데 어린이 한 명이 나서서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폭로해 버린다. 그제서야 임금님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 어린이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믿은 것이다.

    정씨는 원주의 텅 빈 벌판에 의료기기 업체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연대 캠퍼스에 의료기기 업체들이 입주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의료기기 단지를 만들어 전국 400개 대학과 전국 중소기업들을 연결해 주는 일을 열린우리당이 하겠다고 한다. 우리 아들 딸이 중소기업 취업할 때 대기업처럼 월급 많이 받고 복지 받는 중산층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당원-의원과 함께 현장으로 들어가 일자리 90%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을 혁신하고 경쟁력있게 만들겠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의료기기 단지를 만들어 전국 대학과 중소기업들을 연결해 주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씨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비현실적인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그 많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대부분 대기업처럼 월급 많이 받고 복지 받는 중산층이 될 수 있겠는가. 아마 정씨 측은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해 유능한 인재가 많이 늘어나면 중소기업들이 많이 발전할 것이며, 그리고 모든 중소기업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다 잘 된다는 것은 아니고 이상적인 목표가 그렇다는 것이라고 해명할 지도 모르겠다.

    일단 정씨 측의 발언 내용을 갖고 트집잡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현재 상황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넘어가자. 기업이 번창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교육시스템은 기업을 번창시키는 능력있는 인간을 양성해 내지 못하고 있다.

    정씨가 양극화 해소 하려면

    가령 ‘호성전자’라는 직원 50명의 중소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호성전자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호성전자는 계속 호황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경쟁력이 계속 떨어진다면 호성전자는 결국 문 닫게 될 수 밖에 없다.

    왜 한국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는가. 능력있는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경영능력이 부족하고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돈이 없으니 능력있는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능력있는 인재가 없으니 기술개발도 안되고 우수한 설계역량도 없으며 경영도 주먹구구식인 것이다. 이런 중소기업에 누가 투자하겠는가. 이러니 계속 부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소기업을 해서 성공하기 힘드니 그 돈들이 모두 부동산으로 몰려 간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을 크게 올려 놓는다. 중소기업을 하면 수많은 사람들과 부딛쳐야 한다. 우선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직원들과 맞부딛쳐야 한다. 요즘처럼 ‘가진 자 혐오증’, ‘강남 혐오증’이 창궐하는 사회에서는 기업 내부 직원들을 관리하기 무척 힘들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젊은이들은 그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한국 사회에서는 출신 학교나 다니는 직장, 타고 다니는 자동차, 거주하는 아파트의 평수 등으로 그 신분이 결정된다. 정리하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젊은이들은 불편한 감정을 갖고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니는 기업이 자신의 신분이니 더 나은 기업으로 언제라도 옮기려 하지 않겠는가. 이러니 자신이 다니는 기업에 애정이 없고 애정이 없으니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조건이 있나. 전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직원 10명짜리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직원 10명이 주인의식을 갖고 서로를 걱정하며 열심히 일하면 그 회사는 장래가 밝다. 그러나 주인의식없이 나에게 떨어질 것 없다고 적당히 눈치만 보며 일을 하는 회사는 오래 갈 수 없다.

    한국 중소기업의 번창 조건은 복잡하다. 우선 우수한 인재가 양성될 수 있도록 한국 교육을 혁명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한국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가진 자 혐오증, 강남 혐오증’의 수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부패의 문제를 개선하고 경직되고 낡은 사회 제도를 혁명해야 한다.

    정씨가 한국 중소기업을 진정으로 번창시키고 싶다면 이런 문제 해결에 앞장 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의장 수락 연설 내용만 봐서는 입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씨, 한국 이공계 대학원 현장에 가보라

    정씨는 황우석 교수 연구팀 소속 대학원생들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일해왔는지 알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이공계 대학원의 학생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면서도 미래는 어두우니 어찌 젊은이들이 이공계를 기피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식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데 우리 경제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너무 어둡게 본다고 주장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제발 한국 이공계 대학원에 좀 가보고 이야기하라. 기술이 있어야 나라가 부강해 진다. 그렇다면 그 기술은 누가 만드나.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만든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이공계 기피에 허덕이고 있지 않은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공사 직원이 되기 위해 발버둥친다. 한마디로 편안한 직장만 찾고 있는 것이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공무원-공사 직원이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머리가 똑똑한 만큼 출세를 위해 ‘큰 정부’를 유지하려 들 것이다. 기득권세력이 되어 공직 사회 혁명을 지능적인 방법으로 방해하려 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자유주의 사회하고는 반대편으로 계속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의사들마저 노조를 만든다는 세상이다. 참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가 걱정된다.

    정씨는 한나라당이 ‘성장제일주의’하자고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구성원들이 주장하는 경제성장 복안 가운데 우리 서민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보면 성장제일주의 노선은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 대표는 ‘공동체 자유주의’로 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씨가 한나라당을 부자당, 성장제일주의당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한나라당을 부자당으로 만들고 자신들은 서민당이라고 자처하는 식으로 각을 세워 고정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다.

    그렇다. 복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복지의 증가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생선이 아닌 ‘낚싯대’를 주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