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MBC PD수첩의 ‘황우석 연구’ 보도에 대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취재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도 MBC 기사가 짜증스럽지만 12개 광고주 가운데 11개 광고주가 계약을 취소했다고 하는데 이는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관용을 모르는 우리 사회 모습이 걱정스럽다”고 적었다.

    위의 내용 가운데 ‘취재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데 대해서는 MBC가 사실 관계를 밝힐 의무가 있다. 보도된 대로 취재방식이 “다른 사람이 자백했으니 사실대로 말하라” “황 교수는 곧 검찰에서 처벌받게 된다”는 식이었다면 언론 기본윤리에서 실격이다.

    산적한 국정현안을 두고서 대통령이 인터넷 앞에 앉아 이번처럼 일일이 촌평을 다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착잡한 마음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으니 여기서 더 할 필요가 없다.

    노 대통령은 “서로 다른 생각이 용납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룰 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썼다. 옳은 지적이고 그게 건전한 상식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런 건전한 상식이 자신의 정치적 결사대라 할 노사모가 인터넷을 무대로 반대세력에게 온갖 포악하고 비열한 욕설로 공격할 때는 왜 발휘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관용이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세력까지 감싸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고, 편애란 똑같은 행동이지만 제 편만 역성을 드는 것이므로 유해한 것이다. 대통령의 지금 행동이 관용인가 편애인가는 국민 눈에는 훤히 비친다. 그래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획일주의가 압도할 때 인간은 언제나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는 대통령의 말을 듣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PD수첩 광고주들이 광고를 취소한 것을 나무란 말을 듣고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다시 광고를 하겠다고 몰려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이 나라의 수준을 말해주는 희극이라 할 수밖에 없다.

    황우석 논란에서 과학계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못했고, 언론 취재는 정도를 벗어났으며, 여론은 지나치게 감성적이었고, 대통령은 엉뚱한 방식으로 이 논란에 끼어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