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기전세주택 4514가구 그쳐…연간 목표치 31% 불과고금리·공사비 인상으로 인허가·착공 실적 크게 감소40층 이상 짓지 못하도록 한 규제 등도 걸림돌
  • ▲ 서울 강서구 등촌동 장기전세주택 전경.ⓒSH공사
    ▲ 서울 강서구 등촌동 장기전세주택 전경.ⓒSH공사
    '시프트(Shift)'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공급 실적이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고금리를 비롯해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인상으로 공사비가 올라 인허가·착공 실적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세 사기와 전셋값 폭등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희망인 장기전세주택을 늘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민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전세주택 공급 물량(사업시행인가 기준)은 451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인 1만4666가구의 31%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전세형 임대주택(1804가구) ▲공공전세주택(703가구) ▲민간임대주택(611가구) ▲가로주택정비사업(319가구)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민간주택 매입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서울시가 신규 발굴하기로 한 상당수 사업모델은 사업시행인가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이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건설형 장기전세 ▲민간토지 임차형 ▲공동출자형 ▲철도역사 복합형 등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7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은 지난해까지 16년간 3만3973가구가 공급됐다. 연간 평균 2123가구가 공급된 것이다.

    서울시는 더 나아가 오 시장이 재취임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단 목표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2000가구에도 못 미치면서 7만 가구 달성은커녕 오히려 연 평균보다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상승 등 건설원가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 추진이 정체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한 토지 발굴과 장기전세주택 건설·분양 등의 방향으로 노선 변경에 나섰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잇따른 건자재 가격 및 금리 인상 등의 경제 여파로 공공임대 사업의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민간 참여도 어렵다"고 말했다.
  • ▲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조감도.ⓒ서울시
    ▲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조감도.ⓒ서울시
    여기에 각종 규제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가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이 손꼽힌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사업은 지하철, 국철 및 경전철 역의 각 승강장 경계로부터 500미터 이내 접해 있는 3000㎡ 이상 2만㎡ 이하 면적의 노후주택 단지내 토지 등 소유자들이 정비계획 사업신청을 하면 용적률은 600%까지 종상향하고 건물의 층수도 종전보다 높은 고층으로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상향된 용적률 중 절반을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게 하는 사업이다. 건축 후 토지 등 소유자들이 내야 하는 분담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보니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 추진에 있어 주민 갈등을 줄이고 초기 사업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운영기준'을 개정하면서 대상지 면적기준과 신축 건축물 비율, 노후도 요건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건물 높이 40층 이상을 건설하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검토가 끝난 사업에 대해 계획을 변경해서 진행하려면 사전검토를 다시 받게도 개정했다. 사전검토 후 2년 이내에 사업안을 입안하지 않으면 사업대상지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은 2022년 운영기준 변경 이후 1년 사이 사업지가 36개소나 급속히 늘어났지만 구역 확대로 인한 갈등과 대상지와 다른 사업과의 중첩 등이 있어 개정했다"고 기준 변경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규제 강화로 사업성이 떨어지는데다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분 때문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간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서민들의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공공이 주도하는 장기전세주택이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며 "민간 기업들에 대해선 세제혜택 및 저리융자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장기전세주택 사업에 참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