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감사원 '재외공관 운영 실태' 보고서 통해 드러나요소 수출 제한 한국에 미칠 영향 국내 기업이 알려줘
  • ▲ 요소수 대란. ⓒ연합뉴스
    ▲ 요소수 대란. ⓒ연합뉴스
    2021년 10월 한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요소(尿素)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지만, 주중 한국대사관은 일주일 넘게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주중 대사관은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도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조차 하지 못해 국내에 '요소수 대란'을 불러일으켰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재외공관 운영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1년 10월 13일 요소수의 원재료인 요소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호주와의 무역전쟁으로 석탄 수입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석탄으로 생산하는 요소의 수출을 막아 중국 내 석탄 소비를 줄이고자 한 것이었다.

    이 조치로 한국에서는 '요소수 대란'이 벌어졌다. 요소를 물에 타 만드는 요소수는 디젤 자동차 운행에 필수적이다. 한국은 요소수 97%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요소수가 부족하면 전국 화물차들이 멈추게 돼 '물류 대란'이 벌어진다.

    그러나 주중 대사관은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한 지 일주일 넘도록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21년 9월 중국 정부가 수출 제한 조치를 논의하기 시작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10월 13일 수출 제한 조치가 해관총서 홈페이지에 공고됐는데도 놓쳤다. 

    닷새 뒤인 10월 18일, 관세청에서 파견된 주중 대사관 관세관은 공고문을 대사관 직원에게 번역해보게 했지만, 이 직원도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 한국에 무슨 영향이 있을지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요소 수출 제한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한 국내 기업이 알려줬다. 해당 기업이 주상하이 총영사관에 요소 수출제한 조치가 국내에 끼칠 영향을 알려줬고, 10월 29일에서야 보고를 받은 관계 부처가 뒤늦게 첫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약식 회담을 했지만, 회담에서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수개월 간 요소수 품귀 사태가 벌어졌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미 대사관, 주중 대사관 등 주요 재외공관 14곳에 파견된 주재관 44명이 2022년 본국에 보낸 전문 4114건의 절반이 넘는 2143건(52.1%)이 주재국의 정부 문서나 언론 보도를 '복사·붙여넣기'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재외공관의 민원 해결 실적이 부실함에도 인사 평가에서는 최고 등급 평가를 받은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2022년 주중 대사관, 주일 대사관, 주상하이 총영사관 상무관 등은 각각 기업 민원을 40건 넘게 해결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주프랑스 대사관 재경관, 주중 대사관 재경관, 주일 대사관 국세관, 주브라질 대사관 상무관 등은 같은 기간 민원 해결 실적이 '0건'이었다.

    그럼에도 재외공관장들은 2022년 인사 평가에서 전체 주재관의 90% 이상에 5개 등급 중 최고(E) 또는 차상위(S) 등급을 부여했다. 주뉴욕 총영사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재관들의 업무 실적을 잘 모른다'며 주재관 6명에게 전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줬고, 주일 대사는 관세관이 근무일 218일 중 150일(68.8%)을 지각했는데도 전 항목에 걸쳐 E·S 등급을 줬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주재관들의 업무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는 등 활동 기준을 마련하고, 근무 평가가 주재관들의 실제 업무 실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