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법수집 증거는 유죄의 증거 될 수 없어"
  • ▲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뉴데일리DB
    ▲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뉴데일리DB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하고 분식회계 증거 은닉·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현 로직스 고문)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동중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현 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14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대표와 안중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 전 대표 등에 대한 판단은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13명 전원에 대해 범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고 지난 5일 무죄 판단했던 동일 재판부에 의해 이뤄졌다.

    재판부는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앞선 사건 판단에서 위법 수집된 증거로 인정된 점을 들어 이 사건에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법 수집된 증거를 기초로 한 진술 등 2차 증거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로직스 18테라바이트(TB) 서버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NAS) 서버 등을 압수 수색하면서 전자정보 선별절차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검사가 입증하지 못했다"며 "위법 수집 증거는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주된 증거인 압수 수색에서 발견된 노트북과 서버 등이 증거 능력이 없어 유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차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던 것으로 보이긴 하나 차액 보상 필요성, 정당성과 다른 임원들에게도 차액보상을 통해 임직원과 형평을 맞추기 위한 점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횡령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갖는 실현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증거 인멸·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김 전 대표가 회의 당시 자료 삭제에 동의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교사를 혐의에 대해서는 "(김 전 부사장이) 로직스, 에피스 임직원들에게 컴퓨터, 서버, 파일과 이메일, 임직원 휴대전화 메시지 등 회계 부정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 등은 지난 2016년 11월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주식을 매입하면서 회삿돈을 이용한 혐의 등을 받는다. 또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내용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 지난 2020년 10월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이 2016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등기임원인 탓에 우리사주 배정 대상에서 제외됐고 개인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표 등이 주식 매입 비용과 우리사주 공모가액 간 차액을 회삿돈으로 보전받아 합계 47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의심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이 2018년 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검찰 고발을 통보하자 그해 5월 5일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서 삼성 임원들이 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방안 동을 논의하고 이를 실행하게 했다고도 봤다. 검찰은 2019년 5월 로직스 공장과 회의실 등을 압수 수색했고 이때 엑세스 플로어 아래에서 발견된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 등을 관련 증거로 제시했다.

    엑세스 플로어는 바닥재 아래 전선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중 바닥구조다. 검찰은 회의실 등 바닥 아래에 숨겨진 메인 및 백업 서버와 외장하드 2대, 업무용 PC 26대 등을 찾았다.

    김 전 대표와 함께 증거인멸을 지시·실행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전 재경팀 이모 부사장 등 임직원 8명은 별도로 기소된 뒤 지난 2019년 12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중 7명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