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설계용역 마쳤지만 6차례 유찰… 이전 요구 거세강서·마곡지구 난방과 전력 공급 차질… 4만 가구 부족오염물질 배출, 주변 집값 하락 등 편견 여전
  • ▲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마곡열병합발전소)' 조감도.ⓒ서울시
    ▲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마곡열병합발전소)' 조감도.ⓒ서울시
    서울 강서·마곡지구에 안정적인 열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마곡열병합발전소)'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서는 인근 주민들은 혐오시설이라며 이전을 요구하고, 각종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지고 있어서다. 결국 서울 서남권의 지역 냉·난방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남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사업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올 상반기 발표된다. 이 사업은 복합화력발전설비(285MW, 190Gcal/h)와 지역난방공급설비(68Gcal/h, 1기)를 건설하는 공사다. 강서·마곡지역 공공주택 7만3000여 가구와 업무 및 공공시설 425개소에 집단에너지(열)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번 사업은 2020년 기본설계용역을 거친 후 2021년 본 공사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이 진행되고도 결국 시공 컨소시엄 선정에 실패했다. 2022년까지 무려 여섯 차례에 걸친 공고 끝에 단독 입찰한 DL이앤씨와 수의계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급등한 공사비 탓에 결렬됐다.

    더 큰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이다. 지역난방은 꼭 필요하지만 정작 이 시설이 자신의 집 옆으로 오는 것만은 막겠다는 주민들은 집단에너지시설에 결사항전을 하겠다며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대규모 발전소가 자신의 아파트 옆에 설치된다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집값 하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이유에서다.

    특히 주민들은 2020년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하기도 전에 서울시가 2019년 말 2단계 사업부지의 계약을 완료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서울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부지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김춘곤 서울시의원(국민의힘·강서4)은 지난해 8월 시정질문을 통해 마곡열병합발전소와 관련한 주민 반대의견과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잘못됐다는 주민 의견을 영상으로 담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여주며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관한 가감 없는 주민들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했다. 
  • ▲ 서울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 모습.ⓒ연합뉴스
    ▲ 서울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 모습.ⓒ연합뉴스
    하지만 사업 백지화가 확정될 경우 서울시 전체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마곡지구를 대상으로 한 난방과 전력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부터 약 4만 가구분(197Gcal/h)의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GS파워, 서울에너지공사 목동본사 등에서 열을 수급 중이다. 해당 지역 가구 수는 2031년까지 약 5만 가구 증가하고 열 수요 역시 2018년 253Gcal/h 대비 2배에 가까운 475Gcal/h에 이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2030년부터는 강서구 일부 지역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GS파워와 계약도 만료돼 대체 공급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 열병합발전소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오염물질을 배출할까. 서울에너지공사 측은 2014년 서울시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포함한 연구기관 3곳에 의뢰한 목동열병합발전소 배출물질 성분검사 결과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목동열병합발전소 연돌에서 나오는 연기에서 발암물질인 벤젠과 톨루엔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해 논란이 됐으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연구 결과 주변지역에 유해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진행된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당시 김신도 서울시립대 교수는 "애당초 LNG 열병합발전소에서 벤젠이나 톨루엔이 검출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동차 매연 등 다른 오염물질이 섞여 들어가지 않는 이상 과학적으로 그러한 물질은 조금도 나올 수 없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LNG 열병합발전소가 미세먼지 2차 생성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을 획기적으로 차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시민의 건강과 편리성 증진 차원에서 지역난방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저렴한 난방비와 각 가구의 우수한 공간 활용성, 그리고 안전성 면에서 지역난방이 여타 열원에 비해 선호되는 이유를 지역민에게 충분히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집단에너지 전문가는 "30년이 지난 목동열병합발전소조차 괜찮다는데 새로 건설될 마곡열병합발전소는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의 최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편견 때문에 발생하는 집값 하락 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