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거제 놓고 당 내부 백가쟁명식 의견 쏟아져범야권 비례연합정당 제안에 긍정 반응 보이며 통로 열어놔비례연합정당 참여 시 위성정당 만들었다는 비판 가능성↑'지역갈등 해소 명분' 권역별 비례로 與와 협상 거론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성진 기자
    선거제 개편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시끄럽다.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선(先) 권역별 병립형 후(後) 준연동형 유지'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선거제는 우리 당의 문제, 야권의 문제, 여당의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떄문에 당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진다"면서도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검토해보고, 도저히 안 된다면 현 상태를 유지해 결국 범야권 연합정당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왔다. 지난해 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발언을 하며 병립형 회귀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15일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이 모인 개혁연합신당이 현 준연동형 비례제 상황에서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제안해오자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논의를 해볼 만한 상황"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범야권 비례연합정당에 민주당이 참여할 경우 사실상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과 같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과 '4+1 연대'를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부터 줄곧 반대해온 국민의힘과는 처지가 다르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당론으로 못박은 상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를 양당의 협상 선상에 놓지 않겠다는 의중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인천시 계양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 참석 후 "위성정당을 출현하게 만든 제도의 책임은 우리가 아니라 민주당이 독단으로 정의당과 연합해서 한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나가야 하니 병립형 하려다 왔다 갔다 한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복원을 주장한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의 고민은 병립형으로 회귀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데서 시작된다. 정당 득표율을 단순 계산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달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에 우선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게 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탈당파들이 제3지대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에서 '권역별 병립형' 카드에 미련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영남·호남·충청·수도권 등으로 권역을 나누고, 권역에서 득표한 수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자는 취지다.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 지역갈등 해소라는 명분이 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국정치의 오랜 폐단인 지역갈등 구도를 깰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면서 "이재명 대표도 이런 명분에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적으로 권역별 병립형 카드로 국민의힘과 협상하면서 향후 결렬 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끝까지 협상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거제를 놓고 벌이는 명분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16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병립형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당을 위해서도 다양한 협상 카드기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양당이 협상해보고도 결렬된다면 현행 제도에서 우리 당이 손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