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실 분에게 300만원을 드린다"…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범인 물색자칭 '이 팀장' 범인에게 경복궁→ 세종대왕상→ 서울경찰청 낙서 지시"수원 어디에 550만원 숨겨 놓겠다"→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가라"
  • ▲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정상윤 기자
    ▲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정상윤 기자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로 체포된 임모(17) 군이 신원미상의 인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광화문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일하실 분에게 300만원을 드린다"는 글을 보고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1시 임군에게 경기도 수원에서 출발해 오전 2시부터 경복궁에 낙서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A씨는 구체적인 이동 동선과 낙서 구역 등을 지시하면서 착수금과 택시비 명목으로 임군의 은행 계좌로 10만원을 송금했다.

    임군은 여자친구 김모(16) 양과 함께 A씨의 지시대로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하고 텔레그램으로 범행을 실시간 보고했다. 이후 A씨는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지시했지만, 임군은 경비가 너무 삼엄하다는 이유로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서울경찰청 외벽에 낙서할 것을 추가 지시했다. 임군은 지시를 따라 범행한 후 인증사진을 찍어 텔레그램으로 A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 놓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돈을 주지는 않았다. 또 경찰 수사가 진행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A씨는 임군에게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임군과 김양은 지난 19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군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직접 낙서하지 않은 김양은 석방했다.

    경찰은 A씨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임군의 은행 계좌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텔레그램 계정을 추적하는 등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오후 3시 임군에을 대상으로 영장실질심사를 열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임군 범행을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설모(28) 씨를 대상으로도 2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설씨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 ▲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적힌 낙서가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적힌 낙서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