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전남경찰청장, 재임 시절 인사 비위 의혹으로 수사망 오르자 극단 선택검찰, '수사 무마 청탁' 수사관 입건… "사건 연루자 발본색원하라" 지침
  • '검경 사건 브로커' 사건에 연루된 전직 치안감급 경찰 고위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 브로커의 청탁을 받고 재임 시절 인사 비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아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 수사망에 올랐던 김모 전 전남경찰청장은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경기 하남시 검단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주화의 성지라 불리는 광주광역시에서 불거진 사건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 전말은 다음과 같다.

    28억원 규모의 아티코인 사기 등 혐의를 받는 탁모(44)씨는 본인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사건 브로커 성모(62)씨에게 18억원 상당의 뇌물을 주며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 그러나 탁씨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피해 규모만 축소되는 데 그쳤다.

    이에 '혐의없음' 처분을 기대했던 탁씨가 불만을 품고 성씨의 비위를 제보했고, 이후 검찰 수사망에 오른 김 전 청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현재 성씨는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수사 무마 또는 편의 제공, 승진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승용차와 17억4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탁씨는 13년 전에도 청탁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탁씨는 당시 사이버도박 관련 혐의로 광주 광산경찰서에서 수사받게 되자 경찰관에게 뇌물을 공여했고, 수차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검찰은 코인 투자 사기범 탁모(44)씨에 대한 수사 정보를 알려주거나 수사 무마 청탁 관련 의혹에 연루된 6급 수사관 B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수사관 C씨를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이 2021년 성씨로부터 1300만원 상당의 대가성 금품을 제공받고 탁씨 관련 수사 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의 수사선상에 오른 경찰관은 30명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씨의 인사청탁 의혹 10여건 관련 수사 대상에 오른 광주·전남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20명, 수사 무마 의혹 관련 서울·광주 소속 경찰관도 1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남 지방자치단체의 연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성씨가 지자체 관급 공사 수주까지도 손을 뻗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투비행장 강행 이상익 파면 투쟁본부'는 20일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브로커 성씨가 함평군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등 비위 연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상익 함평군수는 21일 "(성씨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전혀 알지 못한다"며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성씨와 연루된 검경 및 정재계 인사 100명 이상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탁씨는 2019년 10월~2020년 1월 서울과 광주에서 아모코인으로, 2020년 6월~2021년 5월 대전에서 FTB코인으로, 2021년 7월~2022년 12월 광주에서 아티코인으로 잇따라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사건 브로커 의혹에 검·경이 모두 얽혀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내부 단속에 나섰다. 지난달 19일 광주지검 목포지청 심모 검찰 수사관을 구속한 검찰은 "사건 연루자를 발본색원하라"고 내부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