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서 "홍준표·이준석 적반하장" 지적… 화합 차원서 문제 안 삼기로홍준표 "수모 잊지 않는다" 이준석 "할 말 없다"… 지도부 손짓 걷어차
  •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은 당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징계자 대사면'을 수용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구시장 등은 지도부의 당내 화합 결단에도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2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징계 취소 안건을 의결했다. 대상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정무실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혁신위는 제1호 안건으로 당내 화합을 위해 대안을 제시했다"며 "과거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은 나름 합리적 사유와 기준을 가지고 이뤄진 것으로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조금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혁신위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혁신의 진정성을 적극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무거운 마음으로 혁신위의 제안을 수용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에게 염려를 끼친 당사자들은 더 낮은 자세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당규 윤리위원회 규정 제30조에 따르면, 당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홍 시장은 수해 당시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이 전 대표는 '양두구육' 등의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총 1년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 전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 찬양으로 당원권 정지 1년, 김철근 전 실장은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의혹에 연루돼 2년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였다. 징계가 풀리면서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 출마가 가능해졌다.

    홍 시장과 이 전 대표가 '대사면' 문구에 반발하면서 당 지도부가 징계 취소 범위를 두고 고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으나, 대통합 차원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 '홍 시장과 이 전 대표가 어떻게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올 수 있느냐. 너무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도 "(징계 취소) 조건을 달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통 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는다는 전체적인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화합을 위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1호 혁신안부터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징계가 풀린 당사자들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과하지욕(跨下之辱)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하지욕'은 중국 한나라 때 공신인 한신이 젊은 시절 동네 불량배가 시비를 걸며 '내 가랑이 밑을 기어가라'고 하자 훗날을 위해 참은 일에서 비롯됐다.

    홍 시장은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도 톡톡 튀어야 한 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하기사 시한부인 줄 모르고 사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김기현 지도부를 비꼬았다.

    이 전 대표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지지율이나 올려라"라고 말했다.

    김 전 정무실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의 당원권 정지 징계 해제는 사실상 반혁신 조치"라며 "강서구청장보궐선거 참패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데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먼저 꺼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