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통계청 직원 '메모' 확보해 검찰에 제출"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숫자밖에 없는데 왜 그럴까""처음부터 통계 조사 잘못 인정하라는 식의 말투"
  • ▲ 감사원.ⓒ정상윤 기자
    ▲ 감사원.ⓒ정상윤 기자
    감사원이 문재인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중간감사 중 당시 소속 직원의 업무일지를 확보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일지에는 당시 통계청 직원이 청와대의 압력에 부담을 느낀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한글 파일 형태의 업무일지를 확보했다.

    '메모'라는 제목의 이 업무일지 파일에는 통계청 직원들이 2018년 5월24일 홍장표 당시 경제수석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했고, 이들이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 등을 복기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회의에 관한 '메모'에는 "오후 8시부터 시작한 회의를 끝내고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3시30분" "(회의 자리에) 앉자마자 통계청(의 통계 조사) 잘못을 인정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처음부터 통계 조사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라는 식의 말투였다" 등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계청은 2018년 최저임금이 16.7% 올랐음에도 하위 20%의 소득은 도리어 역대 최대로 감소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향한 비판여론이 확산하자 청와대가 통계청을 질책한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17년 6월 통계청 업무보고 당시의 '메모'에는 통계청 직원들이 청와대의 압력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짐작할 만한 대목이 담겨 있다.

    '메모'에는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숫자밖에 없는데 왜 그럴까" "(우리를) 길들이려는 걸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 통계청은 2017년 1분기 소득분배 악화를 분석하라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수차례 분석 및 청와대 업무보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통계청 소득 통계 담당 직원의 컴퓨터에는 장하성 당시 정책실장의 취임사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의 취임사는 청와대 내부에서만 공유된 것이었다. 취임사에는 "소주성의 핵심은 소득을 증가시키고 소득분배 비율을 좋게 만드는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 직원들은 감사원 감사에서 "부담을 느꼈다" 정도로 진술했다.

    감사원은 확보한 통계청 업무일지 대화 내용을 대전지검에 넘겨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